젤렌스키 "27∼28일 전투지역 배치"
푸틴, 파병 사실상 인정하자 곧바로 북한도 "합법적"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군의 실전 투입이 임박했다는 관측을 뒷받침하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파병 보도를 적극적으로 부인하지 않고 사실상 인정하자 하루 뒤 북한도 파병이 합법적이라고 밝히면서 파병을 시인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텔레그램을 통해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군이 이달 27∼28일 전투지역에 투입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런 예측은 우크라이나군이 여러 경로로 입수한 정보를 근거로 한 것이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총국은 이미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에서 지난 23일 북한군이 목격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우크라이나는 파병 규모를 장성 3명과 장교 500명을 포함한 1만2천명 규모로 가늠한다.
국제사회는 이미 파병설을 기정사실화한 모습이다. 이달 초부터 제기돼온 파병설을 '허위 정보'라며 완강히 부인해오던 러시아는 전날부터 입장 변화를 보인 점도 한몫했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 러시아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 결산 기자회견에서 미국 기자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정황을 뒷받침하는 위성사진에 대한 견해를 묻자 "북한과 무엇을 어떻게 할지는 우리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성사진은 진지한 것이고, 만약 사진들이 존재한다면 그들은 무엇인가를 반영한다는 것이 틀림없다"고 밝혀 파병설을 더는 부인하지 않았다.
25일에도 푸틴 대통령은 상호 군사지원과 관련, "우리는 북한 친구들과 연락하고 있다. 우리가 무엇을 결정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 우리는 분명히 결정할 것이며 북한의 친구들도 상응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북한 역시 러시아와 태도 변화에 발맞췄다.
김정규 북한 외무성 러시아 담당 부상은 이날 "최근 국제보도계가 여론화하고 있는 우리 군대의 대러시아 파병설에 유의하였다"며 "그러한 일이 있다면 그것은 국제법적 규범에 부합되는 행동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다만 "우리 외무성은 국방성이 하는 일에 대하여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으며 또한 이에 대하여 따로 확인해줄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말해 파병을 명시적으로 확인하지는 않았다.
북한까지도 파병의 정당성 언급하는 상황에 이르자 국제사회의 관심은 북한군이 전선에 언제부터 배치될지, 어느 정도의 규모로 어떤 임무를 수행할지로 옮겨가고 있다.
네덜란드는 자체 확인 정보로 북한군 최소 1천500명이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에 배치될 것으로 예상했다. 루벤 브레켈만스 네덜란드 국방장관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자국 정보기관 보고 내용을 토대로 이같이 전망하면서 "중대 긴장고조 행위에 대해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접경지역인 쿠르스크에선 선제공격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과 지상전을 벌이고 있다.
북한군 투입이 실질적인 변화를 불러오기 어렵다는 진단도 나왔다.
일간 르피가로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의 한 고위장교는 "러시아는 총 26개 사단과 65개 여단을 보유하고 있다"며 "여기에 수천 명의 추가 병력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북한군 배치로는 국지적 전술 효과를 기대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군사 소식통도 러시아가 북한군을 참호 구축 등 공병 활동에 활용하거나 탄약고 경비 내지 전투가 없는 국경 지대 보호 등의 임무를 맡겨 자국군의 부담을 줄이려 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반면 군사적 실익보다 지난 6월 북러가 체결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조약이 작동한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게 주된 의도인 '정치적 파병'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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