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성장률 충격에 11월 금리 또 내릴까…환율 불안이 발목

입력 2024-10-27 06:31  

한은, 성장률 충격에 11월 금리 또 내릴까…환율 불안이 발목
전문가 동결 전망 우세…"수출증가세 둔화가 핵심인데 금리인하로 해결못해"
집값·가계부채 불씨도 여전…미국 대선·FOMC 등 변수 줄줄이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민선희 오지은 기자 = 3분기 한국 경제 성장률이 한국은행과 시장의 눈높이에 크게 미치지 못하면서,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과연 다음 달 경기 부양에 초점을 맞춰 연속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경기 하강 속도를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해 금통위가 다음 달 28일에도 금리를 낮춰 민간소비·설비투자 등 내수 살리기에 나서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최근 원/달러 환율이 다시 치솟아 1,400원에 근접한 데다, 집값과 가계대출도 여전히 불안한 만큼 인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 "내수 괜찮다면서 금리 추가 인하? 논리적으로 안 맞아"
27일 연합뉴스가 경제 전문가 6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모두 현시점까지는 금통위가 11월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3.25%)에서 유지할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이들은 무엇보다 이번 3분기 저조한 성장률의 주요 원인이 내수보다는 수출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한은 전망치(0.5%)를 0.4%포인트(p)나 밑돈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분기대비·속보치 0.1%)을 부문별로 보면, 수출이 자동차·화학제품 등을 중심으로 0.4%나 감소했다. 반대로 민간소비는 승용차·통신기기 등을 위주로 0.5% 성장했고, 설비투자 역시 반도체 제조용장비 등의 호조로 6.9%나 증가했다.
3분기 성장률에 대한 기여도에서도 순수출(수출-수입)은 -0.8%p를 기록했다. 거의 1%p 가까이 성장률을 깎아내렸다는 뜻이다. 하지만 우려했던 내수는 오히려 0.9% 성장률을 끌어올렸다.
따라서 추가 금리 인하를 통해 돈을 푸는 것이 내수 회복에는 도움이 될지라도 근본적으로 수출 증가세 둔화를 막지 못하는 만큼, 경기 부양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수출 부진에 따른 성장률 충격이기 때문에 당장 기준금리 인하의 필요성이 크다고 볼 수 없다"며 "앞서 이달 11일 통화정책방향 회의 당시 이미 금통위는 경기 하방 위험을 인지했을 텐데도 11월 추가 인하 확률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메시지를 준 사실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리 인하가 내수 회복으로 이어지기까지 수개월의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었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은이 3분기 내수는 잘 나온 편이라고 평가했는데, 동시에 금리를 연속으로 내린다면 논리적으로 좀 안 맞는 것 같다"며 "더구나 지금 당장 기준금리를 더 낮춘다고 올해 내수가 뚜렷하게 좋아하지는 게 아닌 만큼 11월에는 동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선임연구원도 "10월 인하가 경기 측면의 선제적 대응이었던만큼, 인하 효과를 일단 지켜보는 차원에서 11월 또 낮추지 않고 일단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 1,400원 넘보는 환율…추가 금리 인하가 불지를 수도
불안한 환율도 11월 동결 전망의 주요 근거로 거론됐다.
앞서 25일 원/달러 환율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일보다 8.5원 올라 1,388.7원에 이르렀다. 같은 기준으로 지난 7월 3일(1,390.6원) 이후 약 넉 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의 원인은 생각보다 미국의 통화 완화 속도가 빠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과 트럼프 당선 전망 등"이라며 "트럼프 당선으로 중국과 무역 갈등 등이 심해지면 세계 금융·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결국 달러화 같은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3분기 성장률에서 드러난 수출 증가세 둔화 등 한국 경제의 부정적 측면도 원화 가치를 깎아내린 것으로 진단했다.

이처럼 환율이 불안한 상황에서 한국 기준금리까지 더 낮아지면, 달러화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원/달러 환율은 더 뛸 수밖에 없다.
조영구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당국이 1,400원 위쪽을 용인하는 입장은 아닐 것이라며 "경기 악화보다 환율 상승이 더 부담스러울 수 있는 만큼, 11월 한은은 동결을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상승·증가 속도가 다소 주춤하지만, 집값과 가계대출도 여전히 금리 인하의 위험 요인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한은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고려 요인은 물가와 금융안정"이라며 "경기가 다소 나빠져도 가계부채 증가나 부동산 가격 급등 등의 금융 불균형 문제에 집중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美대선·FOMC·국내 경제지표 따라 인하 목소리 커질 가능성
다만 다음 달 금통위 회의(28일)까지 한 달여간 미국 대통령선거(현지시간 5일)나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6∼7일) 등 큰 변수가 많아 전문가들의 동결 예상이 실제 금통위 결정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만약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과 함께 원/달러 환율이 빠르게 진정될 경우, 한은으로서는 환율에 신경 쓰지 않고 기준금리 결정 과정에서 경기에 더 집중할 수도 있다.
11월 FOMC에서 미 기준금리가 0.25%포인트(p) 더 낮아져도 한은의 동반 인하 확률은 다소 높아진다.
현재 1.75%인 두 나라 금리 격차(한국 3.25%·미국 4.75∼5.00%)가 1.50%p로 좁혀지면, 환율·외국인투자 등의 측면에서 한은의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원론적으로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크게 낮아지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커진다.
26일 시카고파생상품거래소그룹(CME Group)의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연준이 11월에 기준금리를 0.25%p 추가 인하할 확률은 95.4%, 현 수준(4.75~5.00%)에서 동결할 가능성은 4.6%로 예상됐다.
한은의 3분기 경제 성장률 산출 과정에 완전히 반영되지 않은 9월 산업활동동향 등의 지표에서 앞으로 경기 부진의 신호가 추가로 확인될 경우에도 연속 인하 필요성을 주장하는 금통위원이 늘어날 수 있다.

shk999@yna.co.kr, ssun@yna.co.kr, built@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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