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딤돌대출은 왜 2.7배 급증했나…신생아대출 신청 10조 넘어서

입력 2024-10-27 12:29  

디딤돌대출은 왜 2.7배 급증했나…신생아대출 신청 10조 넘어서
보금자리론·시중은행 '대출 조이기'에 풍선효과
소득 기준도 계속해서 완화…"대출액 축소보다는 금리 등으로 조절해야"



(세종=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정부가 주택 구입용 정책대출인 디딤돌대출 한도를 축소하는 과정에서 혼란이 빚어진 가운데 올해 나간 디딤돌대출 규모가 22조원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7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생아 특례 디딤돌대출 신청액은 이달 들어 10조원을 넘어섰다.
올해 디딤돌대출로 수요가 몰린 것은 양대 주택 정책대출인 디딤돌은 '확대', 보금자리론은 '축소'라는 정반대 방향으로 운용되면서다.
정부가 가계대출과 집값을 잡기 위해 디딤돌대출까지 조이기에 나섰으나 '서민층 내 집 마련 지원'이라는 정책 목표를 망각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크다.

◇ 디딤돌대출 1∼9월 22조3천억원… 2.7배 증가
27일 국토교통부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이연희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주택도시기금을 재원으로 하는 정책대출인 디딤돌·버팀목대출은 올해 1∼9월 42조847억원 집행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27조7천868억원)보다 규모가 14조3천979억원(51.5%) 증가했다.
특히 디딤돌대출의 증가세가 가파르다.
대출액이 올해 1∼9월 22조3천202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8조1천196억원)보다 2.7배 늘었다.
전세 자금용인 버팀목대출이 올해 1∼9월 19조7천645억원 규모로 집행돼 작년 같은 기간(19조6천672억원)과 비슷한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폭발적 증가세다.
가계부채 관리에 나선 정부가 지난 8월 디딤돌대출 금리를 연 2.35∼3.95%로 최대 0.4%포인트 인상한 데 이어 대출 한도 축소까지 나선 이유다.
디딤돌대출로 수요자가 몰린 것은 보금자리론과 시중은행 대출 조이기에 따른 '풍선효과'와 시중은행보다 낮은 대출금리, 소득 요건 완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디딤돌대출(일반형)은 연소득 6천만원 이하 무주택자가 5억원 이하의 집을 살 때 연 2∼3%대 금리로 최대 2억5천만원까지 빌려주는 대표적 서민 정책금융 상품이다. 소득 요건과 주택 가액에 제한이 있기에 서울보다는 경기·인천과 지방 주택 매수자들이 주로 활용한다.
지난해 정책대출은 금융위원회가 관리하는 특례보금자리론에 집중됐다.
금리가 오르며 2022년 말부터 집값이 하락세를 보이자 정부는 소득과 상관 없이 9억원 이하 집을 살 때 최대 5억원까지 빌려주는 특례보금자리론을 작년 1월부터 1년간 한시 공급했다. 집행액은 41조8천336억원 규모였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받지 않는 특례보금자리론 출시 이후 가계부채 증가세가 커지자 정부는 지난해 9월 주택가격 6억∼9억원 이하를 대상으로 하는 일반형 대출을 중단하고 6억원 이하의 우대형 대출만 운영하는 축소 조치를 했다.
올해부터는 연 소득 기준(부부합산 7천만원·신혼부부 8천500만원)과 주택가격 기준(6억원)을 기존 보금자리론 수준으로 돌렸다.
여기에 금리까지 시중은행과 비교해 별다른 차이가 나지 않자 대출액이 급감했다. 현재 보금자리론 금리는 '아낌e-보금자리론' 기준으로 연 3.95∼4.25%다.
올해 1∼8월 보금자리론 신규 집행 규모는 3조3천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42조6천억원에서 대폭 감소했다.



◇ 보금자리론 조이고…디딤돌 소득기준은 완화 또 완화
이런 가운데 국토부 소관의 디딤돌대출 요건은 계속해서 완화됐다.
신혼부부 디딤돌대출 소득 요건은 지난해 10월부터 부부합산 연 소득 7천만원에서 8천500만원으로 확대됐다.
올해 1월 출시된 신생아 특례 디딤돌 대출의 부부합산 소득 요건은 1억3천만원이고, 국토부는 여기에 더해 소득 기준을 올해 안에 2억원으로 올릴 계획이다. 내년부터 2027년 사이 출산한 가구에 대해서는 2억5천만원으로 상향한다는 방침까지 내놓았다.
신생아 특례대출은 대출 신청일 기준으로 2년 이내에 출산·입양한 무주택 가구가 9억원 이하 주택을 구입할 때 최대 5억원을 빌려준다. 최저 금리가 연 1.6%다.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높아졌는데, 디딤돌대출 금리는 연 2∼3%대로 유지되고, 최저 1%대 저금리 상품까지 나오자 수요가 폭발했다.
신생아 특례대출은 올해 1월 29일 출시 9개월 만에 신청액이 10조원을 넘어섰다. 이달 21일 기준으로 총 3만9천456건, 10조1천779억원의 대출 신청이 들어왔다.
디딤돌(구입) 신청이 7조7천320억원, 버팀목(전세)이 2조4천459억원 규모다.
정부로서는 가계대출 증가와 집값 상승을 잡기 위해 정책대출 규모를 관리하면서도 '서민층 주거안정'이라는 정책 목표도 고려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디딤돌대출 한도 축소보다는 금리 인상 등 다른 관리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디딤돌대출은 장기, 고정금리 대출이기에 디딤돌보다는 타깃을 변동금리, 거치식, 만기일시상환 대출로 잡는 게 낫다"며 "정책 일관성 차원에서 서민 대출을 꼭 건드려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도 "디딤돌대출의 기본적인 목표가 서민 주거 안정이라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며 "디딤돌대출 대상인 5억∼6억원짜리 집은 서울에는 없는데, 이런 집을 사는 사람한테 '방 공제'로 대출금 3천∼5천만원을 축소하면 돈이 부족해 집을 못 사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디딤돌대출을 줄여 가계부채 총량을 축소했다 한들 부채 관리의 본래 목적을 달성한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출 한도를 줄이기보다는 금리를 올려 가계부채를 조절하는 게 맞는다고 본다"며 "무주택자가 내 집 마련할 수 있는 길을 좁히면 부동산 시장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했다.
수도권 디딤돌대출 한도를 축소하겠다는 방향을 밝힌 국토부는 신생아 대출은 축소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상태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지난 2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신생아 대출은 축소 대상에서 제외할 것"이라며 "지방, 저출산 등 인구 정책과 관련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현행 기조를 유지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cho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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