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 前대통령 "총격 받았다"…현정부 배후설 주장

입력 2024-10-28 01:00   수정 2024-10-28 17:33

볼리비아 前대통령 "총격 받았다"…현정부 배후설 주장
모랄레스 前대통령, 아르세 대통령과의 갈등 '점입가경'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남미 볼리비아에서 루이스 아르세(61) 현 대통령과 격한 갈등을 빚고 있는 에보 모랄레스(65) 전 대통령이 괴한의 총격을 받았다고 27일(현지시간) 밝혔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일요일에 정기적으로 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위해 이동하던 중 오늘 오전 6시 20분께 검은 두건을 쓴 4명의 남성으로부터 총격받았다"고 적었다.
그는 그러면서 달리는 차 안에서 촬영된 4분 26초 분량 동영상을 함께 게시했다.
해당 동영상에는 조수석에 앉은 모랄레스 전 대통령과 피를 흘린 채 운전하는 사람이 보인다. 앞 유리창에 총탄 흔적 같은 작은 구멍 2개가 뚫려 있는 모습도 담겼다.
모랄레스는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별도의 동영상에서 "제가 탄 차에 14개의 총알구멍이 생겼고, 몇 센티미터 차이로 나는 총에 맞지 않았다"며 "이는 나를 암살하려 한 계획된 공격으로, (총격범이) 군인인지 경찰관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볼리비아 전 대통령은 그러면서 아르세 대통령을 겨냥, "루초(아르세 대통령 별명)가 볼리비아를 파괴했고, 이젠 나를 제거하려 한다"고 주장했다고 AFP통신은 보도했다.



볼리비아 최초의 원주민(아이마라) 출신 대통령을 지낸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2005년 대권을 잡은 뒤 2009년 대선과 2014년 대선에서 연거푸 승리했으나, 4선 연임을 시도한 2019년 대선에서 부정 의혹으로 고국을 떠나야 했다.
그는 이듬해 치러진 대선에서 승리한 같은 당의 아르세 대통령 도움으로 귀국했으나, 지난해부터 재집권을 모색하는 과정에 아르세 대통령과 완전히 틀어졌다. 아르세 대통령은 모랄레스 정부 경제부 장관 출신이다.
모랄레스 지지자들은 현 정부를 성토하는 집회를 수시로 벌이는데, 최근엔 약 2주간 전국 주요 도로를 한때 봉쇄하는 강도 높은 시위를 펼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아르세 정부는 "모랄레스가 시위대를 주도하며, 식량과 연료 공급을 막는 방식으로 국가를 불안정하게 한다"며 "폭력 시위를 막으려다 경찰관 14명이 다쳤다"고 비판한 바 있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집권 당시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검찰 조사도 받는다.
검찰청 출석 요청을 거부해 체포 영장까지 받을 처지에 놓인 모랄레스는 지지자를 향한 메시지에서 "정부가 아예 나를 잡아넣으려 한다"며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walde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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