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매수전 일단락…고려아연, MBK·영풍에 지분율 3%포인트가량 뒤져
MBK·영풍, 임시주총 소집 청구…고려아연 거부시 법원 허가 받아야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송은경 기자 = 고려아연 경영권을 놓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영풍·MBK파트너스(이하 MBK)·연합이 주식 공개매수전을 벌인 결과, 양측의 지분율이 차이 3%포인트가량이 됐다.
수조원 단위의 자금이 동원된 공개매수 싸움을 통해서도 양측 모두 확실한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향후 경영권 분쟁은 주주총회에서의 본격적인 의결권 확보 대결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공시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지난 23일 마감한 자기주식 공개매수를 통해 총주식의 11.26%인 233만1천302주를 샀다.
소각 방침인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수율은 9.85%이며, 이와 별도로 우군인 베인캐피털이 진행한 공개매수를 통해서는 지분 1.41%에 해당하는 고려아연 주식을 매수했다.
고려아연 측 우호 지분은 기존 33.99%에서 35.4%로 높아지게 됐다.
지난 14일 공개매수를 먼저 마감한 영풍·MBK 연합이 확보한 지분율은 38.47%다.
MBK 연합이 먼저 마친 공개매수로 지분을 추가 확보해 앞으로 달려갔지만 고려아연이 뒤이어 추가 우호 지분 확보로 쫓아간 형국이다.
이날 공시에 따라 양측이 공개매수전에서 확보한 지분은 고려아연 35.4%, 영풍·MBK 연합 38.47%로 다시 3%포인트 차로 좁혀지게 됐다.
고려아연이 이번 공개매수에서 매집한 자사주 9.85%를 소각하면 전체 주식 모수는 2천70만여주에서 1천800여만주로 줄어들게 돼 고려아연과 영풍·MBK의 지분율은 동시에 올라가게 된다.
이에 따라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자사주 소각 등을 거치면 최종적으로 고려아연 지분율은 40%대 초반, 영풍·MBK는 42%가량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고려아연은 1%대 이상 지분을 추가로 살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IB 업계에서는 고려아연이 이번 공개매수와는 무관하게 기존에 보유해온 자사주 2.4% 가운데 1.4%가량의 의결권을 살려 실질적인 의결권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한 신탁계약은 다음 달 초 종료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MBK는 고려아연이 최소 내년 2월까지 자사주를 처분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 유권해석에 따르면 복수의 자사주 신탁계약이 있는 경우에는 가장 최근 계약 체결일을 기준으로 6개월이 지나야 신탁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데, 가장 최근에 이뤄진 신탁계약 체결일은 지난 8월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고려아연은 기존에 알려진 우호 지분 외에도 추가로 '숨은 우호 지분'을 1% 안팎으로 늘릴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이렇게 된다면 양측의 지분율 격차는 더욱 줄어들게 된다.
이번 공개매수 경쟁에서는 고려아연과 영풍·MBK 연합 중 어느 한쪽도 넉넉한 과반 지분율을 가져가지 못하면서 경영권 분쟁의 불씨는 양측의 장내 매수와 주총 표 대결로 옮겨붙게 됐다.
영풍·MBK 연합은 이날 고려아연 이사회에 14명의 신규 이사 선임과 집행임원제 도입을 위한 임시주총 소집을 청구했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진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 인사 12명과 영풍·MBK 연합 측의 장형진 영풍 고문으로 구성돼 있다.
영풍·MBK 연합이 임시주총 소집을 청구하더라도 최윤범 회장 측이 동의하지 않으면 임시주총은 열릴 수 없다.
이 경우 영풍·MBK 연합이 법원에 주총 소집 허가를 신청해야 하므로 실제 주총 시기는 내년 초 또는 내년 3월 정기주총까지 밀릴 수 있다.
양측이 주총 표 대결로 맞붙는 '경영권 분쟁 2라운드'에서는 6월 말 기준 고려아연 지분 7.83%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를 쥐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지난 18일 국정감사에서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와 관련한 의결권 행사에 대해 "장기적인 수익률 제고 측면에서 판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양측의 장외 여론전과 법정 분쟁은 더욱 격화할 전망이다.
고려아연은 영풍·MBK 연합을 주가조작, 사기적 부정거래 등 혐의로 금감원에 진정한 데 이어, 검찰 고발 등도 검토 중이다.
고려아연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MBK와 영풍 측이 시중 유통물량을 과도하게 부풀리고 이를 통해 시장에 불확실성을 확대한 사실에 대해 시장교란 의도가 있다고 판단한다"며 "추가적인 법적 조치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영풍·MBK의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저지하는 것은 국가기간산업이자 반도체와 이차전지, 방산 등 핵심 전략 산업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며 "고려아연은 단기 수익의 관점보다는 장기적인 비전과 사업보국 정신으로 꾸려가야 하는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MBK·영풍 연합은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청약 결과는 주주들이 자신들의 대의에 동참해준 것이라고 해석하며 "다수의 주주들이 최 회장 개인의 경영권 유지 목적으로 회사에 손해를 발생시킨 자기주식 공개매수를 지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독립적인 업무집행 감독기능을 상실한 기존 이사회 체제는 수명을 다했다"며 "최 회장의 전횡과 경영의 난맥상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고려아연 지배구조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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