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요금 올라 내년엔 10% 가중…부채는 매년 수천억 증가
전기철도용 요금제 신설 등 개선 건의…'13년 동결' 운임 인상 목소리도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열차 운행에 따라 부담하는 전기 요금이 지난 3년새 50% 이상 늘어 연간 5천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열차 운행량이 늘지 않았지만, 코레일에 적용되는 산업용 전기료가 거듭 인상된 데 따른 것이다.
철도업계에서는 코레일을 비롯한 철도 운영기관에 일반 산업체와는 다른 별도 요금 체계를 신설 적용하는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9일 코레일에 따르면 코레일이 올해 부담할 것으로 전망되는 전기요금은 5천814억원으로, 지난 2021년보다 57.7% 증가했다.
코레일이 연간 납부한 전기 요금은 2021년 3천687억원, 2022년 4천272억원, 지난해 5천329억원 등으로 지난 3년간 연평균 12% 넘게 늘어 왔다.
2021년부터 연료 가격이 상승하면 전기 요금도 올리는 '원가 연동형 요금제'가 도입된 데 이어, 코레일에 적용되는 산업용 전기료가 7차례에 걸쳐 인상된 점이 요금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코레일의 열차 1만4천여칸 중 약 98%는 전기를 이용해 달린다. 이 때문에 코레일 연간 전력 사용량의 80% 이상은 전동열차 운행에 쓰인다.
코레일의 총 열차 운행 거리는 2021년 1억3천461만㎞에서 지난해 1억3천296만㎞로 1.2%가량 줄었으나 전기 요금이 인상된 탓에 오히려 전기료 부담이 가중됐다.
이에 더해 정부가 지난 24일부터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상하면서 코레일이 내년에 부담하는 전기 요금은 당초 자체 예상했던 5천775억원에서 600억원 오른 총 6천375억원으로 추산됐다. 코레일을 비롯한 대용량 고객이 적용받는 산업용(을) 전기요금은 1kWh(킬로와트시)당 165.8원에서 182.7원으로 16.9원(10.2%) 인상됐다.
거듭된 요금 인상에 따라 전기료가 코레일의 영업 비용(인건비 제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11%에서 지난해 15%로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코레일의 재정 상황은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총부채는 2021년 18조6천억원 수준에서 매년 수천억원씩 증가해 올해 2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코레일에서는 전기요금 인상이 미치는 운영상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동열차 운행에 적용되는 '전기철도용 전기요금' 신설을 급선무로 제시했다.
현재 코레일 등 철도 사업자는 일반 사업체와 같이 '산업용 전력' 요금을 적용 중인데, 대중교통 수단으로서 교통약자 무임승차 및 할인 등의 공익적 역할이 있는 만큼 교육용 요금제와 같은 수준의 저렴한 요금제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코레일은 최대 수요전력(피크 전력)을 기준으로 기본요금을 산정하는 방식을 더욱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유럽의 경우처럼 전동열차 제동 시 발생하는 회생 에너지를 요금 정산에 반영해 총 전력 사용량에서 상계 처리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코레일과 수서고속철도(SRT) 운영사 에스알(SR), 서울교통공사 등 전국 15개 철도 운영기관은 최근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전기철도 전기요금 제도 개선 공동건의문'을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공사에 제출한 바 있다.
나아가 코레일의 심각한 재정 상황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2011년 12월 이후 13년간 동결된 KTX 등 간선철도 운임의 인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철도 업계 관계자는 "코레일을 비롯한 철도 운영기관은 시민을 위한 공공 교통수단이기에 요금을 올리기 어렵다"며 "다만 현재와 같은 요금 동결과 원가 인상 기조가 지속돼 '수입은 늘지 않는데 쓰는 돈은 많아지는 상황'은 지속 가능하지 않기에 제도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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