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지속되는 횃불'…2017년 극우파 집회 논란 꼬집어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 대선이 일주일 남짓 남은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에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풍자하는 조형물이 또 등장했다.
2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날 백악관 인근 프리덤 플라자에 청동색 조형물이 들어섰다.
석제 받침대 위에 고정된 이 조형물은 인간의 손에 들린 횃불을 묘사했다.
전체 높이는 9피트(약 2.7m)에 달하지만, 작품 자체로는 다양한 조형물이 산재한 워싱턴 DC에서 특별히 눈에 띌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다.
다만 받침대에 부착된 동판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지속되는 횃불'이라는 작품 제목과 설명을 읽어보면 느낌이 돌변한다.
동판에는 "이 기념물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그가 용감하게 보호했던 버지니아 샬러츠빌 시위의 '아주 훌륭한 사람들'에게 경의를 표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글이 적혀있다.
동판에서 언급된 샬러츠빌 시위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취임 첫해인 2017년 8월 백인 우월론자와 신(新)나치 단체의 대규모 집회를 가리킨다.
이들은 백인 우월론자들의 비밀결사 '큐 클럭스 클랜'(KKK)처럼 야간에 횃불을 들고 모이기도 했다.
워싱턴DC에 설치된 조형물도 야간 집회 때 백인 우월론자가 사용한 횃불을 묘사한 것이다.
당시 인종차별에 반대하기 위해 열린 맞불집회 참석자 1명은 백인 우월론자의 차량 테러로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백인 우월론자들의 폭력행위를 비판하지 않고 "양측 모두에 아주 훌륭한 사람들이 있었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조형물 제작자가 동판에서 '아주 훌륭한 사람들'이라는 표현을 부각한 것은 인종차별 문제에 확실한 태도를 보이지 않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풍자하기 위한 것이다.
프리덤 플라자를 관리하는 국립공원관리청(NPS)에 조형물 설치 허가를 신청한 여성의 이름은 확인됐지만, 실제 작가인지는 불투명하다.
오는 31일까지 프리덤 플라자에 조형물 전시를 허가한 NPS는 "허가 과정에서 (작품이 보여주는) 메시지를 고려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앞서 NPS는 워싱턴 DC 연방의회 의사당 근처에 1·6 의회 폭동 사태를 풍자하는 거대한 대변 모양의 조형물 설치도 허용했다.
이 조형물의 동판에는 "약탈을 하고, 대소변을 보기 위해 의사당에 침입한 용감한 남성과 여성들을 기린다"라는 반어법적인 문장과 함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들을 '믿을 수 없는 애국자'라고 칭송했다는 조롱성 글이 적혔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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