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폴란드의 한 공영 라디오 방송이 이미 세상을 떠난 유명 인사를 인공지능(AI)으로 되살려 출연시키는 실험을 했다가 일주일 만에 접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폴란드 '오프 라디오 크라쿠프'는 28일(현지시간) "일주일 동안 수많은 논평과 의견, 결론을 수집했고 실험을 계속하는 게 무의미하다"며 당초 3개월간 하려던 실험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방송국은 AI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키려는 목표는 달성했다면서도 잘못된 보도에 근거해 가혹한 판단을 받았다며 비판 여론에 수긍하지는 않았다.
오프 라디오 크라쿠프는 지난 21일 "AI 캐릭터로 언론인을 대체한 폴란드 최초의 실험"이라며 진행자와 출연자를 모두 AI로 대체했다.
그러나 이 방송국에서 지난 8월 해고된 언론인 겸 영화평론가 마테우시 뎀스키가 "모두에게 타격을 주는 위험한 선례"라며 비판하고 실험을 중단하라는 청원에 이틀간 1만5천명이 서명하는 등 반대 목소리도 만만찮았다.
크시슈토프 가프코프스키 부총리 겸 디지털장관은 "나는 AI 개발을 옹호하지만 선을 점점 많이 넘고 있다"며 관련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방송국이 2012년 별세한 폴란드 시인 비스와바 심보르스카(1923∼2012)를 초대해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대한 의견 등을 묻자 논란은 더 커졌다.
1996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국민시인'을 무례하게 대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반면 심보르스카재단의 미하우 루시네크 대표는 젊은 독자를 끌어드리는 도구가 될 수 있으며 심보르스카 역시 유머 감각이 뛰어나기 때문에 방송에 동의했을 것이라고 옹호했다.
이 방송국은 실험을 중단하기 전 군인 출신 정치인 유제프 피우수트스키(1867∼1935)를 인터뷰할 계획이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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