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이탈리아 정부가 전기차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배정한 기금 대부분을 삭감하기로 해 논란이 불거졌다고 로이터 통신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공개한 예산안에서 2025∼2030년 계획된 자동차 기금 58억유로(약 8조7천억원) 가운데 46억유로(약 6조9천억원)를 삭감키로 했다.
이 기금은 마리오 드라기 전 총리가 이끌던 전임 정부 때 총 87억유로 규모로 조성한 것이다. 정부는 이 기금에서 자금을 조달해 친환경 차량 구매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해왔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하고 이에 따라 이탈리아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인 스텔란티스 등도 전기차 생산량 조절에 나서자 기금을 다른 부문에 쓰기로 했다.
일솔레24오레 등 이탈리아 현지 언론매체들은 정부가 이 자금을 '전쟁 특수'를 누리는 방위산업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방산업체인 레오나르도는 최근 독일 최대 군수업체 라인메탈과 손잡고 유럽 시장을 겨냥한 전차 개발에 나섰다. 레오나르도의 지분 30%는 이탈리아 정부가 갖고 있다.
이탈리아자동차산업협회(ANFIA)는 이날 성명을 내고 전기차 시대에 역행하는, 용납할 수 없는 조치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제1야당인 민주당(PD)은 산업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러한 보도와 관련해 이탈리아 재무부에 논평을 요청했으나 응답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번 조치는 이탈리아 정부와 스텔란티스 간의 갈등을 더욱 심화할 우려가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망했다.
정부가 스텔란티스의 이탈리아 내 차량 생산량이 급감한 것에 항의하며 연간 100만대를 국내에서 생산해달라고 요청하자 스텔란티스는 그 대가로 강력한 인센티브를 요구해왔다.
카를로스 타바레스 스텔란티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1일 이탈리아 의회 산업위원회 공청회에 출석해 획기적인 지원책 없이는 이탈리아 내 일자리 감축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한 바 있다. 전기차 보조금의 일관된 지원도 그가 요구한 지원책 중의 하나였다.
2021년 피아트 크라이슬러와 푸조 소유주인 프랑스기업 PSA의 합병으로 탄생한 스텔란티스는 피아트, 란치아, 알파 로메오 등 이탈리아의 전통적인 자동차 브랜드 대부분을 거느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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