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이마트 인적 분할 이어 얽힌 지분도 순차 정리
리스크 분산·본업 집중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 분석도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신세계그룹이 30일 전격적으로 계열 분리를 선언하면서 정용진 그룹 회장과 이번에 ㈜신세계 회장으로 승진한 정유경 총괄사장 남매가 실질적인 독자 경영의 길을 가게 됐다.
10년 넘게 이어져 온 '한 지붕 두 가족' 체제가 막을 내리는 수순을 밟게 된 셈이다. 예정된 수순이라는 분석과 함께 사업 리스크 분산과 본업 경쟁력 강화 등의 다목적 포석이 깔린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 2011년 이마트 분리 후 계열 분리 밑작업 '차근차근'
이번 계열 분리 선언은 신세계그룹이 그동안 보여온 행보를 고려하면 이미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2011년 이마트가 신세계에서 인적 분할해 별도 법인으로 출범하면서 외형적으로 사실상 두 개의 지주회사 형태로 운영돼왔다.
이후 그룹을 일군 이명희 총괄회장의 장남인 정용진 회장은 대형마트와 슈퍼, 편의점, 복합쇼핑몰,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호텔, 건설 사업을 주력으로 키웠고 동생인 정유경 회장은 백화점, 아웃렛, 면세점, 패션·뷰티 등을 안착시켰다.
지난 2016년에는 두 사람이 가진 신세계[004170]와 이마트[139480] 주식을 맞교환하며 얽혀있던 지분 구조를 정리했다.
당시 정용진 회장은 신세계 지분 7.31%를 정유경 회장에게, 정유경 회장은 이마트 지분 2.52%를 정용진 회장에게 각각 양도하면서 '분리 경영 체제'의 완성도를 높였다.
적어도 양자 간에는 상호 보유지분이 상장사는 3% 미만, 비상장사는 10% 미만이어야 한다는 공정거래법상 친족독립경영 요건이 해소된 상태다.
뒤이어 지난 2019년 이마트와 신세계가 실질적인 지주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이마트부문과 백화점부문을 신설하는 등 계열 분리를 위한 밑작업이 시작됐다.
실제 이마트와 신세계 간에는 이후 영업과 재무, 인사 등에서 서로 관여하지 않는다는 게 불문율처럼 인식돼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0년에는 정 회장 남매의 모친인 이명희 총괄회장이 보유한 이마트·신세계 지분 8.2%씩을 정 회장과 정 총괄사장에게 각각 증여했다. 두 사람의 각 회사 지분율이 각각 10.3%에서 18.5%로 올라가며 최대 주주가 됐다. 그룹 안팎에서는 이 총괄회장의 지분 증여를 두고 남매 분리 경영에 힘을 실어준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2021년에는 정용진 회장이 보유하던 광주신세계[037710] 지분 52.1%를 신세계에 양도하며 지분 정리를 사실상 마쳤다.
현재 이마트와 신세계가 공동으로 지분을 보유한 업체는 SSG닷컴(쓱닷컴)이 유일하다. 이마트가 45.6%, 신세계가 24.4%를 각각 갖고 있다. SSG닷컴 지분은 계열 분리 작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신세계가 보유 지분을 이마트에 양도하는 등의 방식으로 정리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승계와 계열 분리, 지배구조 개편의 마무리 작업에서 이명희 총괄회장이 보유한 이마트·신세계 각 10% 지분도 정용진·정유경 회장에게 각각 상속하는 수순으로 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 "더는 미룰 수 없다"…본업 경쟁력 강화 승부수
신세계그룹이 현시점에서 계열 분리를 선언한 배경도 주목받는다.
정 회장 남매의 그간 행보가 보여주듯 그룹 내부에서는 상당히 오래전부터 계열 분리를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계열 분리의 마지막 매듭인 지분 정리까지 마무리되면서 사실상 선언만 남았다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지난 2020년부터 2년여간 이어진 코로나19와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의 급성장으로 본업인 오프라인 유통업의 실적 악화로 적절한 시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맥락에서 그룹 안팎에서는 정용진 회장이 강하게 드라이브를 건 본업 경쟁력 강화에 대한 자신감이 계열 분리 선언의 동인이 됐다는 시각이 있다.
그룹의 핵심인 이마트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고 백화점도 상반기까지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하는 등 실적에서 선방하며 어느 정도 명분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이명희 총괄회장과 정용진·정유경 회장 사이에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공감대 속에 실적 반등의 청신호가 켜진 지금이 적기라는 판단이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룹 측은 "올해 들어 본업 경쟁력 회복을 통한 수익 개선이 본격화하고 있어 그간 물밑에서 준비해온 계열 분리를 시작하는데 적절한 시점이라고 판단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마트와 신세계가 각각 본업에 더 집중해 탄탄한 경영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적 의미도 명확해 보인다.
업계에서는 경영 리스크(위험)를 분산하고 남매가 선의의 경쟁을 통해 동반 성장의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이번 계열 분리 선언을 긍정적으로 보는 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정 회장 남매가 경영해온 신세계그룹의 계열 분리는 대형마트와 백화점으로 대표되는 두 업을 구분해 본업을 더 잘하기 위한 하나의 기업 혁신·쇄신의 의미가 있다"고 짚었다.
신세계그룹 측은 이번 계열 분리 선언을 기점으로 법적, 제도적 준비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법적으로 계열 분리를 하려면 우선 해당 기업이 친족독립경영 신청을 한 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공정위는 심사 과정에서 상호 보유 지분이 있는지, 임원 겸임이나 상호 채무 보증 또는 자금 대차가 있는지, 과거 내부거래로 제재를 받은 사실이 있는지 등을 따지게 된다.
신세계그룹이 법규상 모든 요건을 해소하고 친족독립경영을 신청하기까지의 시간과 공정위 심사 기간 등을 고려하면 실제 계열 분리가 완성되기까지 수년은 걸릴 것이라고 재계는 전망한다.
1997년 삼성그룹에서 독립한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기준 그룹 전체 매출이 약 71조원으로 불어나며 국내 최대 유통기업으로서 입지를 다졌다.
공정자산총액 기준으로는 약 62조517억원으로 재계(농협 제외) 10위에 올라 있다.
부문별 자산은 이마트 부문이 43조93억원이고, 백화점 부문이 19조424억원이다. 이대로 계열 분리한다고 가정하면 이마트 부문은 재계 11위, 백화점 부문은 26위권에 각각 포진하게 된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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