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영국에서 올해 여름 폭력사태를 촉발한 어린이 댄스교실 흉기난동 사건의 범인이 테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데 대해 제1 야당 보수당이 정부가 이를 숨기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30일(현지시간) 더타임스와 BBC 방송에 따르면 머지사이드주 사우스포트에서 어린이 3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액설 루다쿠바나(18)는 생물무기법과 테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의해 추가 기소됐다.
경찰은 전날 이를 발표하면서 피고인 자택에서 극단주의 무장세력 알카에다 훈련 매뉴얼과 독성 물질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범행 동기가 불분명해 이 사건을 '테러 사건'으로 규정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BBC는 정부 고위층에선 생물무기법과 테러법 위반 혐의가 있을 가능성을 '몇 주 전에' 알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영국에선 왕립검찰청이 생물무기법 혐의로 피의자를 기소하려면 정부 내각 소속인 검찰총장 등 법무 담당 관료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몇 주 전 동의를 요청받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정부와 검경은 은폐 의혹을 부인하면서 야당의 의혹 제기는 정치 공세라고 반박했다.
다우닝가 대변인은 추가 기소 시기 결정에 개입했는지에 대해 "기소 결정과 그 시기는 검찰에 달린 일"이라며 부인했다.
경찰은 대중으로부터 사실을 감춘 적이 없다고 해명했고 CPS는 길고 복잡한 사건인 만큼 기소에 시간이 걸렸다고 반박했다.
제1야당 보수당 대표 경선 최종 후보 2명은 노동당 정부가 의구심을 해결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특히 로버트 젠릭 전 내무부 부장관은 엑스(X·옛 트위터)에 "이 사실들이 대중에 공개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며 "키어 스타머(총리)는 사우스포트 사건에 대해 무엇을, 언제 알았는지 긴급히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케미 베이드녹 전 산업장관도 "경찰과 CPS(왕립검찰청)뿐 아니라 스타머의 전체 상황 대응에 대해 분명히 심각한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 7월 말 6∼9세 여아 3명이 숨졌고 10명이 크게 다친 사우스포트 흉기난동 사건 피의자인 루다쿠바나는 당시 미성년자라 명확한 신원이 공개되지 않다가 나중에 판사가 신원 공개를 결정했다.
르완다인 부모 사이에서 웨일스에서 태어난 그가 입국한 지 얼마 안 되는 망명신청자라는 잘못된 소문이 온라인에서 퍼지면서 반(反)이민 폭력 시위가 영국 곳곳에서 벌어졌다.
cheror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