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의 1.25%, 30여년 만에 최대 증세
기업 국민보험료 부담금↑…자본이득세·상속세 등 '부자 증세'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영국 노동당 정부가 30일(현지시간) 총선 후 첫 예산안에서 연간 400억 파운드(약 71조5천억원) 규모의 증세와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레이철 리브스 재무장관은 이날 의회 연설에서 "공공 재정의 안정을 복구하고 공공 서비스를 재건하겠다"면서 이같은 예산안을 제출했다.
그는 전임 보수당 정부로부터 공공 재정 '블랙홀'과 악화한 공공 서비스를 물려받았다고 거듭 주장하면서 "경제 성장을 이끌 유일한 길은 투자, 투자, 투자"라며 세수와 차입을 공공 투자에 쓰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노동당 정부가 15년 만에 발표한 예산안이다. 노동당은 7월 총선에서 압승해 정권을 교체했지만 출범 초기 지지율 급락 속에 경제 성장과 공공 부문 개선이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싱크탱크 재정연구소(IFS)는 400억 파운드는 국내총생산(GDP)의 1.25%로, 이같은 규모의 증세는 1993년 보수당 정부의 노먼 러몬트 전 내무장관 이후로 30여년 만에 최대라고 분석했다.
이날 증세안의 대부분이 기업과 부유층이 대상이다.
내년 4월 시작되는 새 회계연도부터 기업이 근로자 급여에 대해 국민보험(NI) 요금을 부담해야 하는 급여 기준을 낮추고 부담금도 급여액의 15%로 1.2%포인트 높이기로 했다. 이를 통한 세수 증가분은 연 250억 파운드(44조8천억원)다.
사모펀드 매니저의 거래 이익에 부과하는 세금은 28%에서 최고 32%로 높이고, 개인이 주식 등 대부분 자산을 매각할 때 내는 자본이득세(CGT)는 저율 구간의 경우 10%에서 18%로, 고율 구간은 20%에서 24%로 높인다.
영국 내 부유한 외국인에게 해외 소득에 대한 면세 혜택을 주는 '외국 거주자'(Non-Dom) 과세 제도를 폐지하고 새로운 과세 제도를 마련할 계획이다. 이를 통한 세수는 향후 5년간 127억 파운드(22조8천억원)로 추산했다.
현재 상속세 과세 대상이 아닌 상속 연금을 2027년부터 과세 대상에 포함하고 농장에 대한 상속세 감면 혜택 축소 등 상속세 조정으로 연 20억파운드(3조6천억원) 추가 세수를 확보할 계획이다.
아울러 앞서 공개한 대로 재정준칙을 변경, 공공 부채 측정 방식을 바꿔 차입 규모를 늘릴 근거를 마련했다.
리브스 장관은 이날 공약에 따라 최근 신설한 국부펀드(National Wealth Fund)를 통해 700억 파운드(125조1천억원) 규모의 투자를 촉진하겠다고 말했다.
국민보건서비스(NHS)를 비롯한 국가 보건 서비스에 대한 지출은 226억 파운드(40조5천억원) 늘어난다.
리브스 장관은 향후 5년간 1천억 파운드(180조원)의 자본 지출도 약속했다.
국방 예산은 30억 파운드(5조4천억원) 증액됐는데, 이는 주로 임금 인상에 사용될 예정이다.
국가 최저 임금은 내년부터 시간당 12.21파운드(2만1천901원)로 6.7% 높아진다.
예산책임청(OBR)은 이번 예산안을 바탕으로 산출한 영국의 실질GDP 증가율을 올해 1.1%, 내년 2.0%, 2026년 1.8%로 전망했다.
평균 물가상승률은 올해 2.5%, 내년 2.6%, 2026년 2.3%로 예측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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