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美·EU '제약·바이오의약품 공급망 강화' 대비해야"

입력 2024-10-31 11:00  

무협 "美·EU '제약·바이오의약품 공급망 강화' 대비해야"
주요국, 팬데믹 이후 中·인도 의존도 완화 움직임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기자 =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국들이 '보건 안보'를 확보하기 위해 제약·바이오의약품 공급망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가운데 한국 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비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31일 '주요국의 제약·바이오의약품 산업 공급망 재편 정책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EU 등 제약 선진국들은 원료의약품에 대한 높은 해외 의존도를 개선하기 위해 공급망 회복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그간 의약품 생산의 공급망에서 국가 간 분업 체계가 뚜렷했다.
고급 원천기술보다 대량 생산이 필요한 원료의약품의 경우 생산 비용이 낮은 중국과 인도가 담당하고, 연구개발 및 완제 의약품 생산은 미국과 유럽에서 이뤄지는 방식이다.
그러나 팬데믹 시기 인적·물적 자원이 봉쇄되고 수출통제가 진행되면서 그동안 쉽게 조달할 수 있었던 중국·인도산 원료의약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자, 주요국들이 안정적인 의약품 공급망 확보에 나서게 됐다.
실제로 2021년 미국 행정부는 반도체, 배터리, 핵심광물과 함께 의약품을 4대 핵심 분야에 포함하고 공급망 리스크를 점검했다.
그 결과 중국 등에 대한 높은 수입의존도가 미국 의약품 공급망의 가장 큰 리스크라는 결론을 내리고, 미국 내 생산 확대와 핵심 의약품 재고 확보 등을 진행했다.
또 대(對)중국 투자심사 강화, 중국 바이오 기업으로의 개인정보 이전 제한 등 '바이오안보법'을 추진해 중국 관련 리스크를 완화하는 정책도 본격화하고 있다.


세계 2대 의약품 시장인 EU도 사정은 비슷하다.
EU는 의약품 부족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핵심 의약품 목록'을 작성한 데 이어, 지난 1월에는 민관 공동의 '핵심의약품연합'을 결성했다.
EU는 바이오기술법을 추진해 한국 등 주요 국가와 기술 연구, 기술 이전·규제 및 시장 접근 관련 국제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 제약 분야는 반도체·배터리 산업에 비해 규모나 경쟁력 측면에서 열세인 만큼, 주요국의 정책 변화가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의 산업별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2022년 기준으로 반도체 17.7%, 배터리 24.1% 등으로 집계됐지만 의약품은 1.5%에 그쳤다.
다만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분야에서는 한국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바이오시밀러 미국 식품의약품청(FDA) 허가 기준으로 세계 2위(11개), 유럽의약품청(EMA) 허가 기준으로 세계 1위(14개)이며 바이오시밀러 수출은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증가 추세다.
원료의약품에 대한 중국 및 인도산 수입 의존도가 높은 점은 국내 바이오시밀러 업계의 과제로 꼽힌다.
한국무역협회 한주희 연구원은 "주요국의 공급망 재편 및 대중국 견제로 한국의 위탁개발생산(CDMO) 업계의 수혜가 기대된다"며 "하지만 동시에 일본, 유럽, 인도 기업과의 경쟁 심화와 원료의약품의 높은 중국산 의존도는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wis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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