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서 활동 미마키 대표위원 "북한 핵무기 개발 바라지 않아"
"日, 핵 제조·보유·반입 금지 지켜야…노벨평화상은 끝이 아닌 재출발"
(히로시마=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한반도 출신 피폭자가 몇 명 있었는지 조사해야 해요. 모두 같은 사람이고 인권이 있으니까요. 조사가 어렵고 힘들 수는 있어도 역시 노력은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노벨평화상을 받은 '니혼히단쿄'(일본 원수폭피해자단체협의회)의 미마키 도시유키(82) 대표위원은 지난달 31일 히로시마 평화회관에서 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한반도 출신자가 히로시마에 와서 원폭으로 죽었다는 사실은 알지만, 몇 명이 사망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마키 대표는 "한국인 중에는 강제로 끌려와 노동한 사람도 있다고 하는데, 일본이 당시 나쁜 일을 했었던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가 한국인 피폭자 단체 요구 등에 응해 한국인 피폭 사망자 수 조사에 나서야 한다는 뜻을 나타냈다.
일본 원폭 피해자 단체인 니혼히단쿄는 1956년 결성돼 피폭자 입장에서 핵무기 근절 호소 활동을 벌여왔다.
노벨위원회는 지난달 11일 니혼히단쿄의 수상 이유에 대해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증언을 통해 핵무기가 다시는 사용돼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입증한 공로가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침공에 따른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가자 전쟁 등 세계 곳곳에서 참혹한 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노벨위원회가 핵보유국을 향해 핵무기를 사용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니혼히단쿄 대표위원 3명 중 1명이자 히로시마현 히단쿄 이사장인 미마키 대표는 수상 직후 "꿈의 꿈, 거짓말 같다"고 말하며 자신의 볼을 꼬집어 화제가 됐다.
그는 "약 10년 동안 노벨평화상을 발표할 때면 연례행사처럼 히로시마 시청에 모였다"며 우크라이나 전쟁·가자 전쟁과 관련된 사람이나 단체가 노벨평화상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결과를 접하고 난 뒤 너무나 놀랐다고 회고했다.
히로시마에서 3세 때 피폭을 경험했던 미마키 대표는 일본 정부를 향해 일관되게 핵무기금지조약(TPNW) 가입을 촉구해 왔고, 지난달 17일에도 히로시마에 있는 한국인 피폭자 단체 등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같은 주장을 했다.
핵무기금지조약은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한발 더 나아가 핵무기 개발, 생산, 비축, 사용 등 활동을 완전히 금지하고자 2017년 유엔에서 채택한 조약이다.
그는 일본이 핵무기를 제조하지도, 보유하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비핵 3원칙'을 고수해야 한다면서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언급했던 미국과 핵 공유에 대해서도 반대한다고 말했다.
미마키 대표는 북한이 핵무기 개발에 속도를 내는 데 대해서도 "그것 역시 바라지 않는다"며 "핵무기 관련 기술이 발전한 만큼 핵을 사용하면 피해가 한 나라에서만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전쟁을 일으킨 이유가 무엇이든 전쟁은 멈춰야 한다. 사람을 죽이고 건물을 부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며 "전쟁에서는 죽일 것인가, 죽임을 당할 것인가를 강요받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모든 사람의 목숨은 똑같이 단 하나뿐"이라고 언급한 뒤 "우크라이나에서도 중동에서도 많은 사람이, 특히 어린이들이 전쟁에 휩쓸려가고 있다"며 거듭해서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미마키 대표는 핵보유국이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도록 끈질기게 평화를 호소해 왔지만, 향후 10년이 지나면 피폭을 경험한 사람이 급감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피폭자 중에는 다리를 절고 귀가 안 들리는 사람이 많다"며 "나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으니 젊은 사람들에게 핵 폐기와 평화 호소 같은 바람을 계속해서 전해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 큰 과제"라고 말했다.
"우리는 피폭의 괴로움을 아니까 앞으로도 핵무기를 사용하지 말아 달라고 요구할 겁니다. 포기하지 않고 핵 폐기를 계속 호소해 나갈 겁니다. 노벨평화상은 끝이 아닙니다. 재출발한다는 마음으로 더 큰 목소리를 내겠습니다. 피폭 2세, 3세도 진심으로 평화 활동을 해서 평화를 지켜주길 바랍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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