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에 칼빼든 금감원…"공개매수 중 유증, 부정거래 소지"(종합)

입력 2024-10-31 17:53  

고려아연에 칼빼든 금감원…"공개매수 중 유증, 부정거래 소지"(종합)
"정정요구 필요하면 계속…불공정거래 확인시 신속하게 수사기관 이첩"
"심사·조사·검사·감리 등 법령상 권한 최대한 활용…회계처리 위반도 다수 확인"


(서울=연합뉴스) 채새롬 오지은 기자 = 금융당국이 고려아연[010130]의 기습적인 유상증자 발표와 관련해 부정거래 소지가 있다며, 불법행위가 확인되면 적극적으로 수사기관에 이첩하는 등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함용일 금감원 부원장은 31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고려아연이 공개매수 기간 유상증자를 추진한 경위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살펴보고 부정한 수단 또는 위계를 사용하는 부정거래 등 위법 행위가 확인되면 해당 회사, 관련 증권사에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함 부원장은 "고려아연 이사회가 차입을 통해 자사주 취득해서 소각하겠다는 계획, 그 후에 유상증자로 상환할 것이라는 계획을 모두 알고 해당 절차를 순차적으로 진행했다면 기존 공개매수 신고서에는 중대한 사항이 빠진 것이고, 부정거래 소지가 다분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입증을 거쳐 불공정거래가 확인되면 신속한 처리를 위해 적극적으로 수사기관에 이첩할 것"이라며 "증권신고서 정정요구도 필요하면 계속하고, 심사, 조사, 검사, 감리 등 법령상 권한을 최대한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고려아연 정정요구서는 11월 14일 효력이 발생하므로, 금감원은 그 기간 내 정정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금감원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주관사이자 유상증자 모집주선인인 미래에셋증권도 정조준했다. 금감원은 이날 오전 미래에셋증권 현장검사에 착수했다.
함 부원장은 "자사주 공개매수, 유상증자 모집주선을 수행한 사람이 같고, 이 사무 취급을 위해서는 실사를 해야 하는데 같은 시기에 진행됐다면 독립적으로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할 수 없다"며 "미래에셋증권도 부정거래를 알고 방조했다면 자본시장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고려아연은 전날 발행주식 20%에 육박하는 보통주 373만2천650주를 주당 67만원에 일반 공모 형태로 신규 발행하겠다고 밝혔다. 조달 금액은 2조5천억원으로, 이중 2조3천억원이 차입금 상환 목적에 쓰인다.
이에 시장에서는 영풍·MBK파트너스와의 경영권 분쟁에서 지분율 우위를 점하기 위해 회사가 돈을 빌리고, 빚은 주주가 갚는다는 비판이 나왔다.
특히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가 끝나기 전에 유상증자를 계획했으면서 이를 제대로 공시하지 않았다는 점이 지적됐다.
고려아연은 앞서 이달 11일 정정 공개매수 신고서에서 "공개매수 이후 재무구조 등에 변경을 가져오는 계획을 수립하고 있지 않다"고 공시했으나, 고려아연이 30일 공시한 증권신고서에는 미래에셋증권[006800]이 이달 14일부터 유상증자를 위한 실사를 진행했다고 기재돼 있다.
앞서 금감원은 이달 초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양측의 공개매수 양상이 과열되자 불공정거래 조사에 착수했다. 이어 고려아연·영풍[000670]에 대한 회계심사에도 착수했다.
금감원은 불공정거래 조사와 관련해서는 공개매수 과정에서 각종 풍문유포, 위계 사용 등 부정거래행위, 시세조종·시장교란, 공개매수 및 유상증자 정보공개 전 미공개정보 이용행위 등을 조사 중이다.
회계심사와 관련해서도 회계처리기준 위반 개연성이 높은 다수의 회계처리 사실을 확인해 정식 감리전환 여부를 조속한 시일 내 결정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고려아연이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택하며 내세운 3% 청약제한 규정에 대해서는 "과거 청약자별 한도를 제한한 사례는 있지만, 이번 사례는 특별관계자를 포함해 3% 제한을 뒀다"며 "이 부분은 (정정 요구 등)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함 부원장은 두산그룹이 사업구조 개편을 재시도하면서 금융당국이 예시로 든 가치평가 방법론 대신 시가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반영한 방식으로 산정한 것을 두고는 "당국이 수익가치 산정방법을 특정한 평가방법으로 강제할 수는 없다"며 "정정 증권신고서와 관련해서는 면밀히 심사하고 투자자에게 더 정확한 정보가 제공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1천300억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한 신한투자증권에는 "개인적 일탈, 조직적인 문제에서 심대한 문제점이 노출됐다"며 "개인, 조직에 강한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예상했다.
srch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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