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켈란젤로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에 '유방암 환자' 있다"

입력 2024-11-01 16:16  

"미켈란젤로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에 '유방암 환자' 있다"
"죽음의 필연성 강조하는 상징…미켈란젤로, 암의 징후 인식했을 것"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미켈란젤로가 그린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의 유명한 '천지창조' 천장화에, 유방암에 걸린 여성이 그려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최근 연구자들은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 중 '노아의 홍수'(The Flood)에 등장하는 한 여성의 유두와 겨드랑이 주변에 유방암의 징후가 보인다는 연구 결과를 의학저널 '더 브레스트'에 발표했다.
'노아의 홍수'는 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 성당 천장에 그린 9개의 '천지창조' 프레스코화 중 하나다.
창세기의 대홍수 이야기를 그린 이 천장화에는 신의 진노를 피해 언덕에 오르는 사람들, 홍수 속에서 가라앉고 있는 배, 노아의 방주 등이 등장한다.
언덕으로 피신한 사람들 속에는 가슴을 훤히 드러내고 있는 여성이 있다. 이 여성은 자신의 오른쪽 가슴 아래를 손으로 감싸고 있다.
파리-사클레대학교의 라파엘라 비아누치 연구원은 이 여성의 오른쪽 가슴의 유두와 유륜이 함몰돼있고 혹으로 둘러싸여 있다고 분석했다.
또 오른쪽 겨드랑이 근처에는 림프절이 부어오른 흔적으로 보이는 돌출 부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켈란젤로가 이처럼 유방암에 걸린 것으로 추정되는 여성을 그려 넣은 것은 벽화가 나타내는 '죽음의 필연성'을 강조하기 위한 장치로 해석됐다.
창세기에 표현된 피할 수 없는 죽음이라는 상징적 의미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 같은 묘사는 해부도를 그리고 시신을 연구했던 미켈란젤로가 인체에 깊은 관심이 있었다는 것을 나타내며 그가 건강한 유방의 크기와 형태에 대한 지식이 있었고 암의 징후도 인식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에든버러 대학교의 역사학자인 애그니스 아널드-포스터도 벽화의 메시지가 "죽음의 필연성과 관련이 있다고 추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암은 불치병으로 알려져 있었고 유방에서 혹을 발견한 여성이라면 잠재적 결과를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dy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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