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당선되든 협력할 준비"…EU 방산전략엔 "非EU 기업 참여 배제 안 해"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방한한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4일 "미국과 EU가 협력하지 않는다면 이는 우리와 가치 및 전략적 목표를 공유하지 않는 다른 국가를 이롭게 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보렐 고위대표는 미국 대선을 하루 앞둔 이날 연합뉴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누가 당선이 되든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동맹폄하' 발언에 대한 우려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보렐 고위대표는 EU가 추진 중인 방위산업 육성 전략에 대해서는 "자격을 갖춘 비EU 기업이 EU의 방산 역량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을 배제하지 않는다"며 '메이드 인 유럽'만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보렐 고위대표와 인터뷰 전문을 일문일답 방식으로 정리했다.
-- 오늘 처음 개최된 '한-EU 전략대화'의 의미를 설명해달라.
▲ 지정학 및 안보 관련 사안에 있어 양자 관계를 강화하는 새로운 장을 연 것이다. 우리는 가치와 공동의 목표를 공유하는 전략적 파트너다. 우리는 시급한 외교 정책 사안에 있어 의견이 일치한다. (오늘 체결된) 안보·국방 파트너십은 현재의 지정학적 맥락에서 특별히 중요하다.
-- 안보·국방파트너십 체결 이후 추진하려는 실질적 협력 분야는.
▲ 광범위한 안보·국방 사안에 있어 실행가능하며 상호 호혜적인 협력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협력 범위는 외교적 조정과 공동 메시지 발신부터 사이버·우주·해외정보조작 및 개입과 같은 분야에 대한 평가와 전문지식 공유를 비롯해 해상부문에서의 협력·훈련에 이를 수 있다. 우리의 필요와 직면한 공통된 도전에 따라 협력 영역은 진화하고 확대될 수 있다.
-- 방한이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으로 우려가 커진 시기에 이뤄졌다.
▲ 수천 명의 북한군이 러시아군과 협력하고 러시아에 무기와 탄약을 제공하는 것은 유엔 헌장 및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다수를 명백히 위반하는 행위다. 북한의 독단적 적대 행위는 유럽, 인도 태평양 및 세계의 평화와 안보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 북한군 파병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전쟁이 상당히 확대(escalation)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자 유럽뿐 아니라 동북아시아 안정도 위협한다.
-- 한국과 EU간 대응 공조 방안은.
▲ 우리는 단합된 대응이 필요하다. 북한이 푸틴(러시아 대통령)에게 호의를 베푼 대가로 무엇을 받는지 잘 살피는 것도 정말 중요하다. 러시아는 '북한 비핵화'에 대한 입장도 바꿨다. 또 핵확산금지조약(NPT)상 핵심 의무를 포기했으며, 러시아 스스로 지지해 채택됐던 여러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위반하고 있다.
-- 한국 정부는 북한군 파병에 대해 무기 지원 가능성을 포함해 '단계적 대응'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측에 우크라이나 군사지원을 요청할 것인가.
▲ 우리는 가능하면 군사적 지원을 포함해 모든 측면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을 보장해야 한다. EU는 한국이 우크라이나의 '평화공식'(Peace Formula)를 지지한 것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나는 우크라이나에 가장 광범위한 지원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을 추가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 방법을 (한국과) 논의하는 데 관심이 있다.
-- EU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방산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메이드 인 유럽' 전략이 한국 등 제3국과 협력을 제한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 EU 회원국들은 방위대비태세를 강화하고 유럽의 국방기술·산업 기반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지난 3월) '유럽산 구매' 의무를 강제하지 않으면서도 공동조달 및 역량 강화를 위한 '유럽방위산업전략'(EDIS)를 제시했다. EDIS는 전략적으로 일치하지 않는(misaligned) 공급국가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기술 주권을 보호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자격을 갖춘 비EU 기업이 EU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을 배제하지는 않는다. 또 상호 호혜적 파트너십을 유지하면서 유럽 방위 구축을 위한 균형 잡힌 접근 방식을 보장한다.
-- 미 대선이 미칠 영향에 대해 한국과 EU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차기 미 행정부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 우리는 누가 당선이 되든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 대서양 연대는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끈끈하게 유지될 것이다. 우리는 함께 평화와 안정, 번영을 위해 협력할 것이다. 우리는 모든 시민을 위한 긍정적인 의제 추진을 위해 항상 미국과 협력하겠다는 확고한 입장이다. 궁극적으로 미국과 EU가 서로 협력하지 않는다면 이는 우리와 가치 및 전략적 목표를 공유하지 않는 다른 국가를 이롭게 하는 일이 될 것이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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