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취소 공공택지 재매각 공고했지만…잇따라 유찰
새 사업자 찾는다 해도 아파트 공급 늦어지면 또 다른 '희망고문'
(세종=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정부가 사전청약을 받아놓고 사업을 포기한 민간 아파트 청약 피해자들의 청약 당첨 지위를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같은 땅에서 새로운 사업자가 짓는 아파트의 청약 당첨자로 지위를 승계하는 방식인데, 관건은 취소된 사업이 얼마나 빠르게 재개될 수 있는지다.
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토부는 사전청약 취소 피해자의 청약 당첨 지위 유지를 위한 주택공급규칙 등 하위 법령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당초 국토부는 민간 사전청약 취소 단지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청약통장을 부활시켜주는 구제 방안만 내놓았다.
피해자들이 청약 당첨과 사업 취소 기간 사이 청약통장을 유지했더라만 채울 수 있었던 가입 기간과 납입 횟수를 인정해주기로 했다.
그러나 청약통장이 부활하더라도 본청약을 기다리는 동안 신혼부부 기간이 지나거나 자녀가 성년이 돼 특별공급 요건을 채우지 못하게 된 피해자들은 특공 기회와 시간만 날려버린 꼴이 됐다.
피해자들은 사전청약 당첨자 지위를 후속 사업자에게 승계해달라고 요구해왔으나, 국토부는 새 사업자가 사업을 추진할 경우 주택 유형, 분양 조건, 분양 시기 등이 달라져 쉽지 않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사전청약 당첨 지위 유지를 국토부가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국토부가 본격적으로 추가 피해 구제안 마련에 나선 것이다.
민간 사전청약 후 사업이 무산된 아파트는 인천가정2지구 B2블록, 경남 밀양부북지구 S-1블록, 경기 파주운정3지구 주상복합용지 3블록과 4블록, 화성동탄2 주상복합용지 C28블록, 영종국제도시 A16블록과 A41블록 등 지금까지 모두 7개 단지가 나왔다.
이 중 밀양 부북지구 S-1블록에서만 사전청약 당첨자가 전원 이탈해 피해자가 남아 있지 않다.
정부가 제도를 고쳐 사전청약 지위 승계를 가능케 한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공공택지를 공급받아 아파트를 짓겠다는 민간 사업자부터 찾아야 해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취소 사업장 토지를 재공급하기 위한 공고를 냈으나, 인천가정2 B2블록은 지난해 4월 유찰됐다. 밀양부북 S-1블록 역시 올해 5월과 9월 두 차례 연속 유찰됐다.
아파트를 짓겠다는 사업자가 계속해서 나타나지 않거나, 새 사업자가 나타나더라도 아파트 공급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면 '당첨자 지위 유지'도 피해자들에겐 희망 고문이 될 수 있다.
후속 사업자가 사전청약 피해자들이 원하는 주택 유형을 공급할 수 있는지도 관건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후속 사업자를 찾는 절차를 진행할 때 공공택지를 낙찰받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방안을 LH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영종국제도시 A16블록에서는 사업 취소 아파트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으로 재공급하며 사전청약 당첨자들의 지위를 유지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제일건설이 제일풍경채 아파트 1천239가구를 지을 예정이었던 이곳에서는 토지 재공급 없이 기존 사업자가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을 건설할 예정이다. 공공지원 민간임대는 건설사가 주택도시기금 출자를 받아 건설하는 임대주택으로 10년 임대 후 분양한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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