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기밀 고의유출 의혹에 궁지…"워터게이트보다 심각"

입력 2024-11-05 11:15  

네타냐후, 기밀 고의유출 의혹에 궁지…"워터게이트보다 심각"
인질 가족들 "역사상 가장 큰 사기 행각"…야당 "네타냐후 책임"
법원, 함구령 일부 해제하고 용의자 '총리실 대변인' 공개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이스라엘 총리실이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한 유리한 여론 지형을 만들기 위해 기밀 문건을 고의로 유출했다는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면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정치적 궁지에 몰리고 있다.
가자지구 휴전의 조속한 합의를 바라던 인질 가족들은 정부가 사실상 '사기 행각'를 벌였다며 분개했고 야당들도 네타냐후 총리가 책임져야 한다며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총리실은 해당 의혹을 부인하고 있지만, 총리실 대변인이 이 사건 피의자라는 점이 확인되면서 국내 여론은 더욱 악화하는 모양새다.
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인질 가족들의 모임인 인질가족포럼은 이날 성명을 내고 해당 의혹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이들은 "이번 의혹은 네타냐후 총리와 관련된 사람들이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큰 사기 행각 중 하나를 벌였다는 점을 의미한다"며 "이는 다른 것과 비교할 수 없는 최악의 비도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정부와 국민 사이에 남아있는 신뢰에 심각한 타격을 가하는 것"이라며 "국가 안보를 위협하고 파괴 행위를 했다고 의심되는 사람들에 대한 조사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지난 6월 이스라엘 전시내각에서 탈퇴한 야당 국가통합당의 베니 간츠는 민감한 보안 정보가 "정치적 생존을 위한 작전"에 사용됐다면 이는 범죄일 뿐 아니라 '국가에 반하는 범죄'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야당 예시 아티드를 이끄는 야이르 라디드 전 총리도 네타냐후 총리가 정보의 유출 사실을 알았다면 "그는 가장 심각한 안보 범죄 중 하나를 공모한 것"이고, 만약 몰랐다면 그는 총리로서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번 파문은 지난 9월 초 유럽 언론들이 하마스의 인질 협상 전략에 대한 기사를 보도하면서 시작됐다.
지난 9월 5일 영국 매체 주이시크로니클의 기자 일론 페리는 이스라엘 정보 문건을 인용해 야히야 신와르가 이스라엘 인질들을 데리고 이란으로 가려고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이튿날인 같은 달 6일 독일 일간 빌트는 하마스의 대(對)이스라엘 심리전 문건을 확인했다며 이들이 인질 협상을 타결하거나 전쟁을 끝내기를 서두르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보도 뒤 일각에서 문건이 언론사에 들어간 경위나 내용의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일기 시작했다. 네탸냐후 총리의 '강경 노선'에 대한 우호적 여론 형성을 위해 의도적 유출과 내용 왜곡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이런 비판 속에 주이시크로니클은 같은 달 13일 페리의 기사를 삭제하고 그와의 계약 관계를 종료했다고 발표했다.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내부 절차를 재검토하겠다"며 사과 입장도 밝혔다. 페리의 취재와 기사 작성에 석연찮은 과정이 포함돼 있었단 점을 사실상 인정한 입장문이었다.
그 뒤 지난 1일 관련 의혹에 대한 이스라엘 사법 당국의 수사가 이뤄지고 있단 점이 확인되며 파문은 더욱 확산했다.
이스라엘 리숀레지온 지방법원은 총리실의 문서 유출 사건에 대해 경찰과 국내 정보기관 신베트, 군 당국 등 관계 기관이 합동수사에 착수했으며 피의자 여럿이 체포돼 신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전날에는 이 사건에 대한 함구령을 일부 해제, 총리실 대변인 엘리 펠드스타인이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일급 기밀 정보를 누설한 혐의를 받는다고 밝혔다.
법원은 또 다른 피의자 3명의 신원은 공개하지 않으면서도 이들이 군과 보안기관의 구성원이라고 확인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관련 의혹을 일축하거나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다.
총리실은 지난 1일 성명에서 이 사건과 관련해 조사받거나 체포된 사람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2일 성명에서는 용의자가 "보안 논의에 참여하거나 기밀 정보를 접하거나 받은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인질 송환 운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이스라엘 공중보건 전문가 하가리 레빈은 전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이번 의혹은 "인질을 버리고, 신뢰를 위배하고, 국가 안보를 훼손한 것"이라며 "네타냐후 총리실의 '인질 사기'는 '워터게이트'보다 더 심각한 것처럼 보인다"고 썼다.
워터게이트는 1970년대 미국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자신의 재선을 위해 민주당 전국본부 사무실을 도청한 사실이 들통나며, 결국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사건이다.
hrse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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