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정부 더이상 싼 요금 혜택 제공 못해
(서울=연합뉴스) 주종국 기자 =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의 TSMC가 '전기'라는 복병을 만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대만의 급격한 전기요금 상승과 잦은 정전으로 TSMC가 경쟁력에 타격을 입었다고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대만은 지난 2022년 이후 지금까지 전기요금을 4번 인상했다.
이전에는 세계 어느 곳보다 싼 전기요금 덕에 전력비용 걱정을 하지 않아 왔는데 이제는 다른 나라보다 비싼 요금을 지불해야 할 판이다.
TSMC는 대만 외에 미국과 일본에도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독일에는 새로 공장을 짓고 있다.
TSMC의 웬델 황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투자자들에게 "지난 몇 년간 전기요금이 두 배로 올랐다. 내년에는 대만의 전기 요금이 우리가 공장을 운영 중인 국가 중에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만은 자국 내 업체들에 세금 환급, 저렴한 토지 등 여러 혜택을 제공해왔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대체 전원은 부족해지면서 국영 전력회사인 대만전력공사의 손실이 급증했고 전기요금 인상도 불가피해졌다.
특히 경제의 취약한 부분을 보호하기 위해 성장세가 강한 분야의 요금을 많이 올렸다.
올해 4월 전기요금 인상 때도 평균 인상률은 11%였지만 TSMC를 포함한 대규모 산업용 사용자의 인상률은 25%였다.
지난 10월에도 일몰 산업 또는 전력 사용량이 감소하는 분야의 기업과 가정용 요금은 동결하고 대규모 산업용 요금은 14% 인상했다.
정부 싱크탱크인 중화경제연구원의 정루이허 수석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대만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다른 선진국들과 마찬가지로 고압에서 저압으로 전환해야 하기 때문에 이 비용까지 감안해 산업용보다 높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역전됐다"고 말했다.
대만의 전기요금은 아직 프랑스와 한국 등 에너지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다른 나라들보다 낮은 수준이지만 앞으로는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만은 해상 풍력발전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2030년까지 전체 전력의 27~3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전환 속도는 매우 느린 편이다.
원자력 비중은 1980년대에는 전체의 절반 정도였으나 지금은 6%에 불과하다. 그나마 단계적으로 계속 줄이고 있어 내년 5월에 마지막 원전 폐쇄 이후 완전히 사라진다.
현재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가 에너지 공급의 80% 이상을 차지하며, 재생 에너지는 9.5%에 불과하다.
잦은 정전도 문제로 지목된다.
지난 10년간 대만의 전력 예비율은 정부 목표치인 15% 아래로 자주 떨어졌다. 따라서 정전도 많이 발생했다. TSMC와 같이 안정적 전력공급이 중요한 업체에는 안 좋은 환경이다.
향후 인공지능(AI) 산업 발전에 필수인 데이터센터가 전기를 엄청나게 쓴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구글과 같은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는 현재 대만에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다.
S&P 글로벌은 최근 연구 노트에서 "장기적으로 전력 공급 부족 상황이 TSMC의 대만 내 반도체 생산 확대를 저해할 수 있다"면서 "전력이 점점 더 TSMC의 신용 위험 요소가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sat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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