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지훈 기자 = 팬데믹 이후 어렵게 버텨오던 자영업자들이 한계에 봉착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내수 부진과 고금리 장기화 등으로 장사가 안돼 대출금도 못 갚는 형국이다. 자영업자들의 고통을 보여주는 통계는 차고 넘친다. 한국은행 집계를 보면 6월 말 개인사업자 대출의 연체율이 1.48%로 전 분기보다 0.02%포인트(p) 올랐다. 형편이 더 어려운 취약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은 무려 10.15%나 됐다. 작년 폐업 신고한 사업자(개인·법인)가 100만명에 육박했고, 개인사업자 4명 중 3명이 한 달에 100만원도 벌지 못했다는 통계도 있다. 인터넷 검색창에 '자영업'을 입력하니 폐업, 대출, 실업급여 등의 단어가 따라붙는다.
백종원 대표의 더본코리아가 유가증권 시장(코스피)에 성공적으로 입성했다. 상장 첫날인 6일 주가가 5만1천400원으로 마감해 공모가 대비 51.2% 올랐다. 이날 더본코리아는 공모가(3만4천원)를 훌쩍 넘어선 4만6천350원으로 거래를 시작한 뒤 장중 6만4천5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소위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에 형성된 뒤 상한가로 오르는 것)까지는 아닐지라도 요즘 같은 증시 분위기에서 이 정도면 '대박'이란 표현이 과하지 않다. 이날 상장으로 더본코리아의 지분 60.78%를 가진 백 대표의 주식 가치는 약 4천520억원 수준으로 뛰었다.
백 대표가 성공을 위해 달려온 길도 순탄하지만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3년에 처음 쌈밥집을 열었고 1994년 더본코리아를 설립했지만, 많은 실패를 경험했다고 한다. 외환위기 당시 많은 빚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결심하기도 했다는 그는 굳은 결심으로 의지를 회복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이후 하루 4시간만 자면서 사업에 몰두했고 현재 한신포차, 빽다방 등 25개 외식 브랜드에 국내 점포 수만 약 2천900개인 거대기업으로 키워냈다.
창업을 통해 밑바닥부터 IPO(기업공개)까지 달려온 백 대표의 성공담은 자영업 붕괴의 시대에 울려 퍼진 희망의 메시지다. 특히나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재벌가 3·4세들의 상속과 승계 뉴스가 이어지는 가운데 들려온 소식이어서 더욱 반갑다. 자영업은 입지와 상권분석부터 소비자의 미각과 후각·시각까지 사로잡아야 하는 '종합예술'이 됐다고 할 만큼 고난도의 작업이다. 백 대표는 그동안 방송에서 어려운 상황에 처한 자영업자들을 컨설팅하며 도움을 줬다. 그의 이번 IPO 성공스토리도 사기가 바닥까지 떨어진 자영업자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의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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