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 남성 '디지털 설문' 의무화…징병제 부활은 무산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재무장을 선언한 독일이 병력 충원을 원활히 하기 위한 병역제도를 손보기로 했다. 그러나 징병제 부활 방안은 논란 끝에 사실상 폐기됐다.
독일 연방정부는 6일(현지시간) 내각회의에서 만 18세 남녀를 대상으로 군복무 의사와 능력에 대한 디지털 설문을 하는 내용의 병역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국방부는 이르면 내년 봄부터 설문 결과를 토대로 신체검사를 거쳐 자원 입대를 받고 나아가 체력 등을 기준으로 복무 가능한 예비 인력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남성은 설문에 의무적으로 답변해야 하지만 여성은 답하지 않아도 된다. 병역제도를 손보는 과정에서 기본법(헌법)을 고쳐 여성에게도 병역 의무를 부과하자는 주장도 나왔지만 실현되지는 않았다.
국방부는 지난 6월 병역제도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법률적으로는 징병제가 폐지된 게 아니라 유예된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나 새 제도는 유사시 예비군을 비롯한 추가 병력 동원에 초점을 맞췄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국방장관은 "완전한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당장 내일 긴급사태가 발생하면 누굴 소집할지 알 수 없다"며 "설문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독일 연방군 병력은 모병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올해 들어 18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2031년까지 병력 규모를 20만3천명까지 늘린다는 게 정부 목표다.
피스토리우스 장관은 "동맹 방위에 기여하려면 장기적으로 46만명의 병력이 필요하다. 이 가운데 26만명은 예비군에서 충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규군 충원이 계획대로 되더라도 전쟁이 나면 현재 병력의 2.5배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독일은 세계 5위권 무기수출국이지만 정작 자국군은 냉전 종식 이후 군축 바람에 사실상 방치하다가 2011년 징병제도 폐지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현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국방장관이던 2015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훈련 때는 장비 부족 탓에 빗자루에 검은 페인트를 칠한 '가짜 기관총'을 동원했다가 망신을 샀다.
올라프 숄츠 총리는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시대가 바뀌었다며 재무장을 선언했다. 그러나 예비군 훈련소 등 기반시설과 장비를 복구하는 데만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간 싱크탱크 킬세계경제연구소(IfW)는 현재 속도로 군비를 늘릴 경우 재고를 2004년 수준으로 복원하는 데 전투기는 15년, 전차 40년, 중화기는 100년 걸린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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