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C 정상회의 기자회견…"트럼프 전쟁 조기 종식 계획 세부사항 몰라"
영토 양보 휴전안 강력 반대 "유럽 전체에 자살행위"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배치된 북한군 1만1천명 중 일부가 전투에 투입돼 북한군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로이터, AFP 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유럽정치공동체(EPC)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지만, 북한군 사상자 규모를 언급하진 않았다.
그는 북한군 파병에 상응한 대응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더 많은 북한군이 러시아에 배치될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배치된 북한군 수를 1만명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 이들은 우크라이나군이 점령 중인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를 수복하는 임무를 맡은 것으로 추정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전쟁 조기 종식 계획과 관련한 질문에는 이에 대한 세부 사항을 알지 못하며 트럼프 당선인과 논의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을 빨리 끝내기를 원한다고 믿지만, 이것이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안보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휴전 협상에 들어가는 것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다고 했다.
앞서 그는 이날 EPC 정상회의 연설을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영토를 양보하는 휴전안에 반대한다는 뜻을 강하게 피력했다.
AFP 통신이 입수한 연설문 사본에 따르면 그는 "푸틴에게 굴복하고, 물러서고, 양보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이는 우크라이나에 용납할 수 없는 일이며 유럽 전체에 자살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일부 유럽 지도자들이 우크라이나에 타협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우리는 말로 하는 지원이 아니라 충분한 무기가 필요하다"며 "푸틴과의 포옹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여러분 중 일부는 20년 동안 그를 껴안아 왔지만, 상황은 점점 더 악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 시급히 필요한 것은 '힘을 통한 평화'라며 유럽 정상들에게 러시아와 맞설 수 있는 강력한 지원을 요청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 '24시간 내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을 공언해왔다. 그는 '현재의 경계선'을 기준으로 러시아와 협상을 할 수 있다는 취지로 우크라이나 전쟁의 해법을 제시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20%를 점령했다.
이같은 휴전안은 자국 영토를 온전히 지키는 내용의 '승리 공식'을 고수하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전쟁 해법과는 배치된다.
또한 트럼프 당선인은 우크라이나 지원을 삭감하거나 중단하고 러시아에 대한 압박도 강화해 양측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내겠다는 뜻을 내비쳐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과거 미국의 원조 없이는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패배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헤오르히 티크히 우크라이나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미국이 군사 원조를 삭감하고 우크라이나가 협상하는 시나리오는 상정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그런 조처를 하는 것이 미국에 최선의 이익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중단하면 우크라이나가 협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 세계의 목소리가 있다. 이것은 사실이 아니며 그러한 시나리오가 취해지더라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북한군 러시아 파병 문제도 거론하며 유럽 지도자들을 압박했다.
그는 "북한은 지금 사실상 유럽 땅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다"며 "북한 군인들이 유럽 땅에서 우리 국민을 죽이려 한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5일 영상 연설에서 북한군 병력이 우크라이나군과 전투를 벌였다고 확인하면서 "북한 병사들과 첫 전투는 세계 불안정성의 새 장을 열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른바 '유럽연합(EU)+알파(α) 정상회의'로 불리는 EPC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인 2022년 10월 범유럽 차원의 소통·협력을 강화하자는 뜻에서 출범했다.
이번 회의에는 EU 27개 회원국을 포함해 47개국 정상이 초청됐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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