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대표단, 카불 방문해 탈레반 '실세' 국방장관과 첫 회동
(뉴델리=연합뉴스) 유창엽 특파원 = 중국이 아프가니스탄 탈레반과 경제협력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남아시아 맹주국을 자처하는 인도가 탈레반 정부 '실세'인 국방장관을 처음으로 만나는 등 협력에 속도를 내고 있다.
8일(현지시간) 인도 일간 힌두스탄타임스 등에 따르면 인도 외무부는 전날 언론브리핑을 통해 자국 대표단이 지난 4일부터 이틀간 아프간 수도 카불을 방문, 모함마드 야쿠브 무자히드 탈레반 정부 국방장관과 아미르 칸 무타키 외무장관 등을 만났다고 밝혔다.
외무부 아프간 담당 J.P. 싱 국장을 단장으로 하는 인도 대표단이 무자히드 장관을 공식적으로 만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무자히드는 탈레반 창설자 겸 전 최고지도자인 물라 오마르의 아들로 탈레반 정부 내 핵심 정책결정자의 한 명으로 알려졌다.
물라 오마르는 1993년 탈레반을 창설한 뒤 아프간 내전을 종식하고 2001년 9·11테러 직후 미국 침공을 받을 때까지 아프간을 통치했다. 탈레반은 그가 2013년 사망했다고 밝힌 바 있다.
양측은 이번 회동을 통해 이란 남동단 차바하르항을 통한 아프간 측의 수출입 확대를 비롯한 전반적인 협력 확대 방안과 인도의 대아프간 인도주의적 지원 등을 논의했다.
파키스탄 국경과 가까운 차바하르항에는 인도 국영회사가 운영하는 터미널이 있으며, 수년 전부터 아프간행 상품은 이 터미널을 거쳤다.
무자히드 장관은 회동에서 인도의 카불사무소 영사업무를 완전 복원해 아프간인들에게 비자를 발급할 것을 요청했다고 아프간 국방부는 전했다.
인도도 다른 국가들처럼 탈레반 정부를 공식 인정하지는 않고 있다. 탈레반이 2021년 8월 미군의 아프간 철수 직후 재집권하자 인도는 아프간 주재 자국 외교관을 전원 철수했다가 이듬해 6월 카불에 사무소를 다시 열어 일부 기술지원 인력을 상주시키고 있다.
인도 대표단의 이번 카불 방문은 중국이 대아프간 경협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이뤄져 중국 견제 행보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은 아프간 수출품에 대해 내달부터 관세를 면제한다고 최근 발표한 데 이어 중국 남동부 장쑤성 난퉁과 아프간 북부 하이라탄항을 잇는 직통 화물 철도도 개통했다.
중국과 파키스탄, 러시아 등 극소수 국가가 현재 탈레반 측 외교관을 수용한 상태지만 이들 국가 역시 탈레반 정부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는 않고 있다.
yct94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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