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의 미 대선 당선 뒤 우크라이나를 더는 지원하지 말아야 한다는 자신의 목소리를 더욱 높이는 모양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오르반 총리는 8일(현지시간) 자국에서 열린 비공식 유럽연합(EU)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빠질 것"이라며 "미국이 전쟁을 장려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유럽은 이 전쟁을 홀로 지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에 우호적인 오르반 총리는 EU의 방향과 달리 우크라이나 지원과 대러시아 제재를 반대하며 EU 회원국과 사사건건 마찰을 빚었다. 트럼프 당선인과 친분도 종종 과시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패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일부는 여전히 실패한 이 전쟁에 막대한 자금을 보내기를 원하지만 침묵을 지키는 사람들과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자며 신중론을 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EU의 정책 수정을 요구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오르반 총리와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이며 협상을 통해 신속히 종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EU 회원국들은 단일대오에 균열을 내는 헝가리 정부를 비판해왔다.
전날 부다페스트에서 개최된 유럽정치공동체(EPC) 정상회의에서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오르반 총리를 겨냥한 듯 "어떤 회원국도 다가올 도전을 홀로 관리할 수 없다"며 EU가 통일된 입장을 견지할 것을 주문했다.
이날 비공식 회담에서도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EU의 결속을 강화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고 변함없는 잔혹성으로 전쟁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 가지는 명확하다. 유럽인으로서 우리는 우리의 안보를 위해 필요한 일을 해야 하며 이것은 모든 사람이 기여할 때 가장 성공적이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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