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2회 포함 美투어 4일째 관람한 열혈팬 "K팝이 나를 행복하게 해"
세븐팀 멤버들 "드디어 미국 스타디움서 공연…꿈이 이뤄졌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지난 10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BMO 스타디움 일대는 K팝 그룹 세븐틴을 보려고 몰려든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세븐틴은 지난달 22일 시카고에서 미 투어공연을 시작해 뉴욕과 텍사스 샌안토니오, 캘리포니아 오클랜드 등 4개 도시를 돌고 지난 9일에 이어 이날 LA에서 미국 투어 마지막 공연을 펼쳤다.
이날 공연 시간은 오후 7시 30분부터였으나, 3시간 전인 오후 4시 반께 기자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미리 와서 입장을 기다리는 팬들이 대규모 스타디움 주변에 몇 겹의 줄을 만들고 있었다.
팬들은 세븐틴 멤버 호시를 상징하는 동물인 호랑이 무늬 옷을 입는 등 멤버들과 관련된 옷이나 머리띠, 좋아하는 멤버의 모습이 프린트된 티셔츠 등을 착용하고 세븐틴 전용 응원봉인 '캐럿봉'을 손에 하나씩 든 채 잔뜩 상기된 얼굴로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각자 만들어온 세븐틴 관련 기념품을 다른 이들에게 나눠주거나, 그동안 모은 특별 굿즈 등을 서로 물물 교환하는 모습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세븐틴 사진이 담긴 티켓 모양의 기념품을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주던 세라 와일즈(36)는 왜 이런 일을 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나도 그동안 여러 K팝 콘서트에서 다른 팬들로부터 이런 것을 공짜로 받았다. 나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서 만들어 왔다"며 "K팝에 대한 사랑을 모든 사람과 나눌 수 있는 K팝 커뮤니티 문화가 정말 좋다"고 답했다.
2019년 BTS(방탄소년단)를 알게 된 이후 K팝에 빠졌다는 그는 "처음 간 K팝 콘서트는 BTS 공연이었고, 이후 몇 년 동안 계속 확장됐다"며 "TXT(투모로우바이투게더), 스트레이키즈 등의 공연을 다녔고 정말 즐거웠다. K팝을 사랑한다"고 했다.
와일즈는 세븐틴에 대해 "그들은 늘 세상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보내고, 보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든다"고 평가했다.
공연장에 입장이 시작된 뒤 스타디움 내 좌석에 자리 잡은 팬들은 서로 처음 보는 사이인데도 K팝 그룹들에 대한 관심사를 얘기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기자의 주변에 앉은 이들은 서로 가장 좋아하는 K팝 그룹과 멤버가 누구인지 묻고 취향이 같다는 것을 확인하자 서로 손바닥을 부딪치며 금방 친구가 됐다.
니콜 레예스(35)와 훌리오 페레즈(35)는 절친한 친구 사이로, 세븐틴 공연을 보려고 시카고에서 LA까지 비행기를 타고 왔다고 했다.
레예스는 "세븐틴이 시카고에서 공연했을 때 2차례 모두 봤고, 더 보고 싶어서 LA로 날아와 어제와 오늘까지 2회 공연을 보게 됐다. 오늘이 4번째"라며 웃었다.
그 역시 BTS부터 좋아하기 시작해 K팝 마니아가 됐고, 요즘 가장 좋아하는 그룹은 BTS와 세븐틴, 에이티즈라며 "그들은 나를 정말 행복하게 한다"고 말했다.
페레즈는 BTS의 2022년 라스베이거스 콘서트를 직접 현장에서 관람했고, 지난해에는 한국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고 자랑했다.
드디어 공연이 시작되면서 무대 위 스크린에 피라미드 형상이 나타나고 스크린이 양쪽으로 갈라지면서 그 뒤에서 세븐틴 멤버들이 모습을 드러내자 팬들은 자지러질듯한 함성과 환호를 터뜨렸다.
세븐틴은 '독: Fear', 'Fearless', 'MAESTRO'까지 연달아 세 곡을 선보였고, 팬들은 거의 쉬지 않고 소리를 질러대 귀가 아플 지경이었다.
스타디움 지붕 위에서 짧은 불꽃 쇼가 펼쳐지는 등 대규모 야외 공연다운 웅장한 장면도 여러 차례 연출됐다.
세븐틴 멤버들은 3곡을 들려준 뒤 숨을 고르고 팬들에게 인사말을 했다.
이들은 "그동안 스타디움에서 정말 공연하고 싶다고 말했었는데, 여러분들 덕분에 꿈이 이뤄졌다"며 감격을 표현했다.
이어 "이렇게 공연장을 많이 채워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며 "오늘 마지막 공연인 만큼 여러분이 끝까지 남은 에너지 없이 다 즐기고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세븐틴이 데뷔 후 처음으로 미국에서 진행한 스타디움 공연이다. 스타디움은 실내 공연장인 체육관(아레나)보다 훨씬 더 규모가 크기 때문에 좌석을 모두 채울 만한 광범위한 팬덤이 없으면 도전하기 어려운 공연장이다.
이번 공연이 열린 LA의 BMO 스타디움은 축구 전용 경기장으로, 2만2천석 규모다.
이날 BMO 스타디움의 좌석은 무대 설비로 시야가 가려지는 일부 구역을 제외하고 거의 꽉꽉 찼다.
아울러 LA에서는 이번 공연과 함께 도시 곳곳을 세븐틴 관련 테마, 상징물로 꾸미는 '세븐틴 더 시티' 프로젝트도 지난 7∼10일 열렸다.
LA의 명소인 샌타모니카 해변 대관람차 '피어 퍼시픽 휠'에는 지난 8일 세븐틴 로고를 표출하는 조명이 불을 밝혔고, LA의 인기 클럽인 '클럽 아카데미 LA'와 유명 호텔 목시(Moxy) 루프탑에서는 세븐틴의 음악과 함께하는 파티가 열렸다.
LA 시내에서 열린 팝업스토어에서는 LA 공연을 기념해 특별 제작한 재킷과 티셔츠, 키링 등 기념품이 오전에 문을 열자마자 동나는 일이 되풀이됐다.
이날 오후 팝업스토어에서 만난 세븐틴 팬들은 더는 살 수 있는 물건이 없는 것을 보고 아쉬워하면서도 세븐팀 멤버 사진이 프레임으로 들어가는 기념사진이라도 찍으려고 부스 앞에 줄을 섰다.
보스턴에서 함께 대학에 다니다 친구가 됐다는 알리나 비앙카(26) 등 여성 3명은 모두 열렬한 K팝 팬이라면서 대학을 졸업한 뒤에도 K팝 공연을 같이 보러 다닌다고 했다. 친구들 1명은 여전히 보스턴에 살고, 비앙카는 시애틀에, 다른 1명은 샌디에이고에 사는데 세븐틴 공연을 보려고 LA에 모인 것이다.
다음날인 월요일 다시 각자의 집으로 떠난다는 이들은 "지금 이 순간이 매우 행복하다"며 웃었다.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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