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큐 머스크" 서학개미, 美대선 이후 테슬라 4천억 차익실현

입력 2024-11-12 15:35  

"땡큐 머스크" 서학개미, 美대선 이후 테슬라 4천억 차익실현
주가 급등하자 레버리지 ETF 등 순매도…테슬라 보관액 역대 최고
'트럼프 트레이드' 국내 증시 소외…"외국인·개인 수급 공백"



(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 인천에 사는 직장인 이모(32)씨는 지난 여름 테슬라 주식을 1천만원어치 매수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우려와 3분기 실적 부진으로 계좌 평가액이 마이너스(-) 30%까지 떨어진 적도 있었지만, 최근 미국 대선 이후 테슬라 주가가 급등하며 순식간에 상황이 반전됐다.
이씨는 "새벽에 잠에서 깨 몇 번씩 주식창을 열며 '머스크 땡큐'를 외치고 잠든다"며 "트럼프 당선이 국가에 호재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지갑에는 호재였다. 국장에서 손실만 보다가 전부 테슬라에 넣었는데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이씨의 사례처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 성공으로 테슬라 주가가 급등하자 국내 증시를 탈출해 미국 증시로 떠난 '서학개미'들이 미소를 짓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은 이틀간 테슬라 주식과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매도로 4천200억원의 차익을 실현했으며, 서학개미들이 보유한 테슬라 주식 평가액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12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지난 8일과 11일 2거래일간 테슬라 주식을 1억6천975만달러어치, 테슬라 2배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TSLL'을 1억3천295만달러어치 순매도 결제했다.
두 종목의 순매도 결제액 합은 약 3억달러로, 환율 1천400원을 가정하면 4천200억원어치에 해당한다.
테슬라 주가는 미국 대선 결과가 나온 6일(현지시간)부터 급등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국내 투자자들의 매매는 한국 기준 'T+2' 결제 처리에 따라 이틀 뒤에야 예탁원 통계에 반영되는 점을 고려하면 미 대선 이후 불과 이틀간 막대한 차익을 거둔 셈이다.
트럼프의 재집권 효과에 힘입어 테슬라 주가는 6일 14.75%나 올랐고 이후에도 상승세를 유지했다. 통상 주가가 오르는 동안에 나오는 매도 물량은 차익 실현 매물로 본다.
테슬라는 매수량보다 매도량이 많았지만 절대적인 매수 결제액도 상당했다. 8일 하루 동안 국내 투자자들은 테슬라 주식을 3억6천524만달러(5천117억원) 매수했으며, 'TSLL' ETF도 2억5천292만달러(3천543억원)나 사들였다.
이는 ETF를 제외하고 거래량 2위를 기록한 엔비디아 매수 결제액(1억795억달러)의 3.4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대선 이후 테슬라 주가가 급등세를 보이며 '서학개미'들의 테슬라 주식 평가액도 크게 늘었다.
지난 8일 기준 국내 투자자들이 보유한 테슬라 보관액은 179억592만달러에 달한다. 이전까지 테슬라 보관금액 최고치는 2022년 4월 4일 기록한 178억9천800만달러였는데, '트럼프 트레이드' 여파에 새 기록을 썼다.
국내 상장된 테슬라 관련 ETF도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코스콤 ETF CHECK에 따르면 이날 기준 최근 일주일간 수익률 1위 ETF는 'ACE 테슬라밸류체인액티브'로 무려 40%가 넘는 수익을 달성했다.
반면 국내 증시는 트럼프 재선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코스피는 이날 오후 3시 기준 2,500선이 무너졌으며, 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005930]는 장중 5만3천원까지 떨어져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으로 국내 증시 수급 공백이 발생했으며, 수출과 관련한 정책 불확실성이 진정될 때까지 미국 증시로의 '쏠림'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신승진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우리나라 증시 시총 상위 종목은 반도체와 이차전지, 자동차인데 수출 기저효과와 관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정책 불확실성이 있고 원/달러 환율도 1,400원을 넘어서는 등 우리 시장의 문제라기보다는 트럼프 트레이드가 강하게 나오며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인다"며 "전자 업종 중심으로 나오는 외국인 매도를 받아줄 수급이 없고 국내 투자자들도 과거엔 국내 주식만 했지만 이젠 미국 주식도 투자 대안으로 떠오르며 수급 자체가 말라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nor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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