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포비아'에 환율 급등까지…美증시 '트럼프 랠리' 주춤
8월 '블랙먼데이' 수준까지 내려온 밸류에이션 "당분간 박스권 장세 전망"
(서울=연합뉴스) 조민정 기자 = 13일 국내 증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크게 위축된 투자심리 속에 바닥을 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9.09포인트(1.94%) 하락한 2,482.57로 마감해 2,500선을 하회했다. 코스피가 2,500선을 내준 것은 지난 8월 '블랙먼데이' 이후 3개월여 만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에 미국 자국 우선주의 강화, 미중 무역 갈등 등에 대한 우려가 시장 전반을 위축시켰다.
특히 규제 확대에 대한 경계감에 삼성전자[005930](-3.64%), SK하이닉스[000660](-3.53%) 등 시총 상위 반도체 종목이 크게 내렸다. 삼성전자 종가는 5만3천원으로, 4년4개월 만에 최저가를 기록했다.
현대차[005380](-1.99%), 기아[000270](-1.90%) 등 수출주도 부진했다.
여기에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1,400원 위에서 움직이며 2년 만에 최고치를 보인 것도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거래된 944개 종목 중 84%에 해당하는 791개 종목이 내렸고 코스닥시장에선 1천692개 중 87%인 1천464개가 하락했다. 52주 신저가 종목은 코스피 194개, 코스닥 425개였다.
'트럼프 랠리'를 이어가던 뉴욕증시도 주춤한 모습이었다.
간밤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86%,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29% 하락했다. 나스닥지수도 0.09% 약보합으로 장을 마쳤다.
특히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217500][2175 00]2000지수가 1.8% 하락해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트럼프 당선 확정 이후 30% 넘게 올랐던 테슬라가 차익실현 매물에 6.15% 하락했다.
반면 'AI 대장주' 엔비디아는 2.09% 올라 사흘 만에 상승 전환했다.
시장은 현지시간 13일로 예정된 미국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14일로 예정된 생산자물가지수(PPI)에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집권시 소득세 및 법인세 인하, 관세 인상 등의 정책이 재정 적자와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물가 지표에 민감해지는 모습이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에서도 업종·종목별 차별화가 진행되고 있어 경제지표가 랠리의 연장 여부를 결정할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우려와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이날 국내 증시는 연초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의 밸류에이션을 방패 삼아 반등 기회를 모색할 전망이다.
전날 기준 코스피의 12개월 후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7배로, 8월 '블랙먼데이' 당시 수준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정책 불확실성, 3분기 실적시즌 실망에 따른 이익 전망 하향, 환율 부담 등 악재가 하루 이틀 사이에 대거 해소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현 시점은 대형 위기 혹은 시스템 리스크가 발생한 상황이 아닌 만큼 주가 복원이 가능한 구간으로 상정한 채 낙폭과대주 중심으로 대응하는 역발상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우지연 DS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국내 증시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데다 추가 모멘텀을 이끌 주도주가 부재하다. 지수 상승 동력이 약화된 상황"이라며 "내수 부진으로 여타 신흥국 대비 수급 공백도 장기화될 것으로 보며 기술적 반등 후 당분간 박스권 장세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chom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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