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UNRWA 활동금지 법안처리…국제사회 규탄 잇따라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서 활동하는 유엔 구호기구의 퇴출을 법제화한 가운데 해당 기구 수장이 이 같은 이스라엘의 조처가 팔레스타인 아동·청소년의 교육기회를 박탈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의 필립 라자리니 사무총장은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제4위원회(특별정치 및 비식민지화 담당)에서 이스라엘의 UNRWA 활동 금지 법안 처리에 대해 "UNRWA가 사라지면 팔레스타인 한 세대 전 인구의 교육권이 박탈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라자리니 사무총장은 "가자지구에서 유엔이 UNRWA의 인프라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UNRWA의 해체는 유엔의 인도주의적 구호활동의 붕괴를 가져올 것"이라며 "특히 교육 문제는 UNRWA 없는 가자지구 관련 논의에서 제외돼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UNRWA는 가자지구 내 66만명의 학생들에 대한 교육을 담당해왔다고 라자리니 사무총장은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엔 회원국들을 향해 이스라엘이 UNRWA 활동금지 법안을 시행하지 못하도록 막아달라고 촉구했다.
앞서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는 지난달 28일 UNRWA가 이스라엘 및 동예루살렘 등 점령지에서 활동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가결하고 UNRWA를 테러 단체로 지정, 이스라엘 정부와의 소통 및 협력을 금지했다. 해당 법은 내년 1월 15일부터 발효된다.
UNRWA는 1948년 1차 중동전쟁 때 팔레스타인 피란민 70만명을 지원하고자 설립된 유엔 산하 국제구호기구다.
이스라엘은 작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자국을 기습공격하는 데 UNRWA 직원 일부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가자지구의 마지막 생명줄인 UNRWA의 활동에 제약이 걸리게 되면서 국제사회 규탄도 이어지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지난달 30일 미국을 포함한 15개 이사국 만장일치로 채택한 성명에서 이스라엘의 법안 가결에 대해 "UNRWA의 활동 및 권한을 해체하거나 약화하려는 모든 시도에 강력히 경고한다"라고 밝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서한을 보내 UNRWA 활동 금지가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대단히 파괴적인 결과'가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한편 대니 다논 주유엔 이스라엘 대사는 이날 라자리니 사무총장 발언 후 안보리 회의장 앞에서 약식 회견을 열고 "이스라엘은 2005년 가자지구를 완전히 떠났고 모든 권한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맡겼다"며 "우리는 테러공격을 받은 후 전쟁 상태에 있고 국제법에 따라 유엔 산하 기관들과 협력하면서 인도주의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우리는 테러리스트들과는 협력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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