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 "美정책, 마약과 이민자 억제에만 치중돼" 지적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미국의 무관심을 틈타 중국이 한때 '미국의 뒷마당'이라고 불렸던 중남미와의 경제적 연계를 강화하고 미국에서 주도하는 국제사회 질서와의 결별을 촉진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남미 최대 경제국인 브라질을 비롯해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볼리비아, 페루, 칠레, 파나마, 파라과이에서 지난해 교역액 기준 역외 최대 무역 상대국에 이름을 올렸다.
중남미 경제 규모 상위에 있는 국가 중 여전히 미국과 가장 많은 교역을 하는 나라는 멕시코와 콜롬비아뿐인데, 이는 2000년 미국이 중남미 전체(데이터가 없는 쿠바와 아이티 및 일부 섬나라 제외) 국가를 상대로 가장 많은 교역을 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중국은 아르헨티나 리튬, 베네수엘라 원유, 브라질 철광석·대두 구매 시장의 '큰 손'으로 자리 잡았다.
콜롬비아와 멕시코의 지하철, 에콰도르의 수력발전 댐 등 2천861억 달러(401조원 상당) 규모 인프라 프로젝트(미 에이드데이터연구소 집계) 역시 중국에서 맡아 준공했거나, 진행 중이다.
15∼16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지인 페루에는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 자금을 투입한 창카이 항구가 준공(1단계)을 앞두고 있다.
WSJ은 "중남미를 더는 미국의 뒷마당이라고 여기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중남미 국가들은 일반적으로 미국과 따뜻한 관계를 원하지만, 미국 정부는 종종 중남미에 대한 우선순위를 부차적인 것으로 여긴다"고 지적했다.
반면, 중국의 경우 중남미 국가 지도자의 정치적 성향과는 관계 없이 중앙·지방정부와 적극적으로 교류하면서 영향력을 확대했고, 이를 계기로 식민주의의 낡은 유물이라고 주장하는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와 결별하는 거버넌스 모델을 중남미에서 추진하고 있다고 WSJ은 해설했다.
영국 런던 정경대에서 중국 영향력을 연구하는 알바로 멘데스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중남미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은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며 "글로벌사우스(남반구 신흥국과 개발도상국) 국가엔 이런 인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행정부의 대(對)중남미 정책이 불법 이민과 마약 억제에 기울어져 있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수십 년 전과 달리 현재 중남미에서는 전반적으로 정치 안정화와 중산층 증가 현상이 관찰된다는 관점에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중남미에 중국과의 관계를 제한하도록 '강요'할 경우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분석한다.
미국 싱크탱크인 '미주대화'(Inter-American Dialogue)의 마이클 시프터 선임연구원(전 대표)은 WSJ에 "중남미 국가에서는 (트럼프 재집권) 4년간 어떤 일이 벌어질지 우려하고 있다"며 "트럼프발(發) 관세 인상은 일부 중남미 국가를 잠재적으로 중국에 더 가깝게 만들 수 있다"고 예상했다.
WSJ은 시 주석이 중남미에 관심을 기울이는 주요 동기 중 하나는 '대만 고립'도 꼽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중국은 최근 몇 년 새 '금전 외교'를 바탕으로 도미니카공화국, 엘살바도르, 니카라과, 온두라스 등을 대만에 등 돌리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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