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지훈 기자 = "돌아보면 미국 경제는 글로벌 팬데믹과 그 여파를 잘 견뎌왔고 현재 좋은 상태로 복귀했습니다. 최대고용과 물가안정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향해 상당한 진전을 이뤘습니다. 고용시장은 견조한 상태입니다. 물가는 정점에서 상당히 내렸고 2%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고 믿습니다. 최대 고용을 지원하면서 물가를 목표치로 복귀시킴으로써 우리 경제의 힘을 유지할 것입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이 14일(현지시간) 한 연설에서 현재 미국경제의 상태를 이렇게 진단했다. "미국 경제가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는 어떤 신호도 보내고 있지 않다"는 말이 뒤이어 나온 것을 보면 의례적이고 형식적인 표현이 아닌 듯하다. '앞으로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고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신호를 주는 이른바 '포워드 가이던스'(Forward guidance)로 해석할 수 있는 발언이다. 금융시장에선 벌써 내년 연준의 금리 속도가 늦어지고 고금리 국면이 길어질 것이란 해석이 분분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의 금리 선물시장을 보면 다음 달 연준이 금리를 현 수준으로 동결할 확률이 전날 17.5%에서 41.0%로 급상승했다.
미국은 금리인하를 서두르지 않을 요인이 많다. 우선 미국경기가 양호하다. 이달 첫 주 미국의 실업수당 청구 건수(신규)는 6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3분기 개인소비가 3.7%나 증가한 데 힘입어 성장률이 2.8%(속보치·직전분기 대비 연율)에 달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9%에서 2.2%로 높여 잡았고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도 1.7%에서 2.1%로 상향했다. 미국 뉴욕증시의 주가는 사상 최고 수준이다. 하락하던 미국 물가도 최근 소폭 반등해 금리인하를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내년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면 고율 관세 등으로 물가가 오를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미국이야 자국 경기가 견조하니 금리인하 속도가 다소 늦어져도 견딜 여력이 있겠지만 국내 상황은 여의치않다.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의 첫발을 뗐지만, 부동산시장과 가계부채 때문에 금리인하에 속도를 내기가 쉽지 않다. 최근엔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서는 급등세인 데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다. 내 집 마련을 위해 대출받은 가계나 내수 부진으로 고통받는 자영업자들은 신속한 금리인하를 갈망하지만, 지금 우리 주변엔 금리인하가 늦어질 것이란 전망만 많다. 이는 곧 금리인하가 늦어지고 현 수준의 금리가 지속될 경우에 대비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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