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표 부회장·외국인 CEO·성김…'트럼프 집권 2기' 대응

입력 2024-11-15 11:58   수정 2024-11-15 13:55

정의선표 부회장·외국인 CEO·성김…'트럼프 집권 2기' 대응
'최대실적' 장재훈 사장 부회장으로…성과주의에 부회장 3년 만에 부활
美 호실적 이끈 무뇨스·美관료 출신 성김, 국제정세 리스크 담당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홍규빈 기자 = 15일 단행된 현대차그룹 사장단 인사의 핵심은 장재훈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의 현대차 부회장 승진과 호세 무뇨스의 현대차 최고경영자(CEO) 선임이다.
장 사장은 2020년 정의선 회장 취임 후 처음으로 부회장에 이름을 올렸고,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는 현대차 창사 57년 만에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CEO에 선임됐다.
정 회장 최측근으로 알려진 장 사장의 부회장 승진에 대해선 정 회장이 자신의 직할 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실력과 성과주의를 앞세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무뇨스의 CEO 선임과 성김 고문의 사장 승진의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더욱 불확실해진 글로벌 정세에 보다 철저하게 대비하겠다는 정 회장의 의지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 장재훈, 정의선 회장 후 첫 부회장…성과주의 입각
먼저 이번 사장단 인사에는 성과에 대해 합당한 보상을 하겠다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성과 중심' 인사 기조가 그대로 드러난다.
대표적인 것이 장재훈 사장의 부회장 승진이다.
장 신임 부회장은 2020년 사장 취임 후 코로나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 리스크, 전동화 전환 트렌드 속에서 현대차의 최대 실적을 이끈 장본인으로 평가받는다.
현대차는 장 사장의 지휘 아래 지난해 연결 기준 최대 매출액(162조6천636억원)과 영업이익(15조1천269억원)을 기록하며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빅3' 자리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여기에다 그룹의 미래성장동력인 수소 사업까지 장 사장이 맡게 되자 정 회장이 성과에 입각해 더 큰 힘을 실어주기 위해 장 사장의 부회장 승진을 단행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이로써 2021년 윤여철 부회장 퇴임으로 사라졌던 현대차 부회장 자리가 3년 만에 부활하게 됐다. 정 회장 취임 이후로는 처음 있는 부회장 인사다.
지난 2020년 정 회장 취임 이후 정몽구 명예회장의 최측근이었던 김용환 현대제철 부회장과 정진행 현대건설 부회장이 퇴임했고, 2021년 12월에는 윤여철 부회장까지 퇴진하면서 현대차그룹 부회장단은 유명무실해진 바 있다.
장 신임 부회장은 향후 상품기획부터 공급망 관리, 제조·품질에 이르는 밸류체인 전반을 관할하면서 완성차 사업 전반의 운영 최적화·사업 시너지 확보를 도모하고, 미래경쟁력 확보에 주력할 예정이다.

성과 중심 발탁 인사 기조는 이번에 사장으로 승진한 최준영 기아 부사장과 현대글로비스 이규복 대표이사 부사장 인사에서도 드러난다.
최 신임 사장은 기아 국내생산담당으로서 노사 관행 개선을 통한 생산성·품질 경쟁력 확보로 기아 최고 실적 달성을 견인한 성과를 인정받았다.
현대글로비스 이규복 신임 사장은 재무 건전성을 대폭 개선하고, 창사 이래 첫 인베스터 데이 개최 등 시장·고객과의 활발한 소통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인 점이 높게 평가받았다.
반면 건설업 불황으로 실적 쇼크를 겪고 있는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대표는 바로 교체됐다.
특히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로 그룹 대표 재무전문가로 불리는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이 선임된 점도 성과를 중시하는 정 회장의 기조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 무뇨스·성김, '트럼프 당선' 리스크 대응 임무맡아
정 회장이 현대차 창사 이래 처음으로 외국인을 현대차 CEO에 내정한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더욱 불확실해진 글로벌 정세에 철저하게 대응하겠다는 계획이 자리 잡고 있다.
북미는 지난해 현대차그룹이 165만대 이상의 차량을 판매한 최대 시장이다.
도요타 유럽법인과 닛산 미국법인 등을 거쳐 2019년 현대차에 합류한 무뇨스 신임 현대차 대표는 글로벌 COO 겸 북미·중남미법인장을 맡으며 북미지역 최대 실적을 잇달아 경신했다.
미국 법인의 매출은 2018년 15조2천928억원에서 2023년 40조8238억원으로 급증했고 같은 기간 3천301억원 순손실에서 2조7천782억원 순이익으로 개선됐다.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2022년에는 미주, 유럽 등 글로벌 사업을 총괄하는 최고운영책임자(COO) 보임했고, 이 과정에서도 좋은 실적 흐름이 이어지자 정 회장이 현대차그룹의 '순혈주의'를 깨고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는 평가다.

글로벌 경제안보 위기 대응을 이유로 대외협력·정세분석·PR 등을 관할하는 그룹 싱크탱크 수장에 성 김 현대차 고문역을 사장으로 임명한 것도 이러한 기조의 일환이다.
성 김 사장은 동아시아·한반도를 비롯한 국제 정세에 정통한 미국 외교 관료 출신 전문가로, 부시 행정부부터 오바마·트럼프·바이든 정부에 이르기까지 여러 핵심 요직을 맡았다.
특히 그는 올해 현대차 고문으로 합류 이후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통상·정책 대응 전략과 대외 네트워킹 등을 지원해왔는데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현대차의 대(對) 미국 전략에 핵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사로는 현대트랜시스와 현대케피코의 대표 선임이 꼽힌다.
내부 인사 출신인 현대트랜시스 백철승 신임 대표이사는 파업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대트랜시스를 안정화할 임무를 맡았다.
현대케피코 대표이사에 선임된 오준동 상무는 무려 두단계 승진했는데 기아 전동화생기센터장을 역임하며 쌓은 전동화 기술력을 바탕으로 회사의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vivid@yna.co.kr, bing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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