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반대·음모론 설파 이력…"공중보건 위험", "미 역사 최악의 인물" 비판
모더나·노바맥스 등 백신제조사 주가 급락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4일(현지시간) 보건복지부(HHS) 장관으로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전 대선 후보를 지명하자 의료계에서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평소 백신 불신론을 신봉하고 각종 건강 관련 음모론을 설파하는 등 기행을 일삼았던 인물이라 의료계 인사들은 그를 향해 '공중보건의 명백한 위험', '미국 역사상 최악의 인물'이라고 부르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모더나 등 백신 관련사의 주가는 뚝 떨어졌다.
케네디 주니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부터 백신 사용이 자폐증 등을 유발한다고 주장하며 '백신 반대' 로비 활동을 펼쳤던 인물이다.
미국 코로나19 대응을 이끈 앤서니 파우치 전 국립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을 겨냥한 책을 발간하고, 미국의 백신 의무화 정책을 나치 독일의 전체주의에 빗대기도 했다.
케네디 주니어는 이미 트럼프 당선인 정부 2기에서 '수돗물 불소화' 조치를 전면 철회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충치 예방 등 구강 건강을 위해 미 정부가 70여년간 권고한 공식 보건정책을 뒤엎을 것이라 예고한 것이다.
대선 기간 그는 생유(生乳)와 동물용 구충제 이버멕틴 등의 효과를 떠벌리기도 했다. 이버멕틴은 한때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품귀 현상까지 벌어지기도 했지만, 효과가 없는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케네디 주니어 지명 소식이 전해지자 진보 성향의 소비자 권익 단체 '퍼블릭 시티즌'(Public Citizen)은 성명을 내고 "케네디 주니어 내정자는 국가 보건에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라며 "그를 국가 공중보건 기구의 책임자가 되는 것은 물론 HHS 건물에 들어가는 것도 안 된다"라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트럼프 당선인의 잘못된 공중보건 정책으로 수십만명의 목숨이 희생했다"며 "케네디 주니어를 HHS 장관으로 임명함으로써 트럼프 당선인은 또 다른, 정책으로 인한 공중보건 재앙을 추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 서던캘리포니아대(USC) 전염병 전문 의사 아푸 아카드는 케네디 주니어 지명 소식에 "공중보건에 무서운 날"이라고 했다.
그는 엑스(X·옛 트위터)에 "이 말을 계속하고 있지만, 오직 확실한 증거에 기반해 공중보건 결정 혹은 변경을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나는 최소한 우리가 코로나19로부터 이 정도는 배웠길 바란다"고 적었다.
보수성향의 평론가이자 법률가 조지 콘웨이 역시 X에 "트럼프 당선인이 요즘 하는 일 중 나를 놀라게 하는 것은 거의 없다"고 촌평했다.
이어 그는 케네디 주니어를 비롯해 법무장관에 발탁된 맷 게이츠 하원의원, 국가정보국(DNI) 국장으로 지명된 털시 개버드 전 하원의원을 언급하며 "트럼프 당선인의 내각급 인사 3인방 중 누구든 따로따로 보면 미국 역사상 최악의 인물이었을 것"이라며 "트럼프 당선인이 약 24시간 안에 이 3명을 모두 (지명)한 것은 놀랍다"고 썼다.
감염병 소아과 의사 알래스테어 맥알파인도 X에 "이게 얼마나 끔찍한 선택인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며 "케네디는 의학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그는 극강의(hardcore) 반(反)백신 및 잘못된 정보 행상인"이라고 지적했다.
시장도 반응했다. 미 CNN 방송에 따르면 이날 장 마감 1시간 전 케네디 주니어의 지명 소식이 전해지자 코로나19 백신 제조사인 모더나와 노바맥스의 주가는 각각 약 6%씩 급락했다. 화이자의 주가도 2%가량 하락했다.
다른 백신 제조사들도 하락세였다. 독일 바이오엔테크 주가는 7%가량 떨어졌고 영국 GSK도 약 2% 하락 마감했다.
noma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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