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개최 페루서 中자본 투입 '메가포트' 개항식…"중국 입지 강화"
(서울=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불확실성이 국제사회의 화두로 떠오른 상황에서 중국이 남미에서 열리는 다자회의에서 국제적인 역할을 강조하고 자국의 입지를 강화할 기회를 모색할 것이라고 CNN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페루 리마를 방문해 중국이 수조원대 자본을 투입해 건설한 페루 창카이 '메가포트'(초대형 항만)의 개항을 축하했다.
1단계 사업을 마무리한 창카이 항은 중국 국유해운사인 중국원양해운(코스코·COSCO)에서 건설한 심수항(Deepwater port·심해 항구)이다.
시 주석은 온라인 개항식에서 "오늘 우리는 새로운 시대를 위한 해상 통로의 탄생을 목격하고 있다"고 축사했다. 중국과 페루는 이날 '자유무역협정(FTA) 최적화'를 위한 의정서를 비롯해 20여건의 양자 협약도 했다.
APEC 정상회의에 이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중국은 미국의 동맹국들에 중국이 세계 안정에 기여하는 강대국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려고 할 것이라고 CNN은 짚었다.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윤선 중국 프로그램 디렉터는 "APEC과 G20 정상회의에서 중국이 전하려는 메시지는 '앞으로 큰 불확실성이 있지만, 중국은 확실성의 상징이다'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이미 미국의 주요 동맹국들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여왔다.
유럽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 중국에 들어올 때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한일중 회담도 가졌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세계보건기구(WHO)나 파리기후협정과 같은 국제기구 협약에서 다시 탈퇴하는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전문가들은 주목했다.
홍콩시립대의 류둥수 정치학과 교수는 "만약 미국이 글로벌 시스템에서 한 발 물러서려고 한다면, 누군가 한 발 들여놓을 수 있는 여지가 생기게 된다"면서 "그 자리를 차지할 능력이 되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가 바로 중국"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은 각국에 미국 편에만 서는 것이 절대 현명하지 않으며, 중국과의 협력을 고려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여주려고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중국은 트럼프 당선을 축하하며 보낸 축전을 통해서도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벌어진 '미중 무역전쟁'을 떠올리게 하는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시 주석은 축전에서 "역사는 우리에게 중미가 '협력하면 모두에 이롭고(合則兩利) 싸우면 모두가 다친다(鬪則俱傷)'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했다.
시 주석은 오는 16일로 예정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이러한 메시지를 강조할 것이라고 CNN은 짚었다.
시 주석이 "미국에 불공정하게 치우쳐져 있다"고 믿는 국제질서를 중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오랜 목표를 점차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다만, 중국이 미국의 동맹국들로부터 신뢰를 얻기가 사실상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고 CNN은 지적했다.
트럼프의 귀환 여부와 상관없이 중국은 남중국해 분쟁, 대만과의 갈등,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에 대한 지지 등 국제적인 논란들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su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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