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무역파고 넘는다] ② 트럼프에도 중요해진 한국…"위기·기회 함께"

입력 2024-11-17 08:11  

[美무역파고 넘는다] ② 트럼프에도 중요해진 한국…"위기·기회 함께"
한국에 조선 협력 요청·한국 '美 최대 투자국' 부상…트럼프 1기 때와 위상 변화
반도체·배터리·전력 등 '탈중국' 공급망 韓역할 중요…"美 제조업 재건 완벽 파트너"


(세종·서울=연합뉴스) 차대운 이슬기 기자 = 트럼프 신정부가 무역수지 적자 해소를 목표로 한국 등 동맹을 포함한 세계 주요국을 관세로 압박하고, 자국 내 각종 보조금을 축소하려 해 세계 무역·산업 전반에 큰 불확실성을 드리우게 됐다.
다만 불확실성 고조에도 트럼프 행정부 1기 때와 비교해 미국이 보는 한국의 전략적 중요성이 커진 측면이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따라서 한국이 대미 수입 확대 등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의제에 호응하는 모습을 보여줌과 동시에 달라진 한국의 위상을 적극 활용해 불확실성 속에서 기회 요인을 극대화할 방안을 찾는 노력이 중요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 한국, 작년 30조원 대미 투자…"지렛대로 삼아야"
미국 제조업 재건 흐름에 반도체, 이차전지 첨단 분야를 중심으로 한국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한국이 미국의 최대 투자국으로 부상한 것이 트럼프 행정부 1기 때와 비교해 큰 차이점으로 지목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9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자료를 분석해 작년 한국의 대미 투자 규모기 215억 달러(약 30조5천300억 원)로 사상 처음 한국이 최다 대미 투자국이 됐다고 전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LG에너지솔루션 등 한국 기업은 반도체 과학법,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보조금을 내걸고 자국 투자를 유인한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에 호응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보조금 대신 관세 장벽을 높여 '공짜로' 첨단 산업 유치를 도모하겠다는 트럼프 당선인의 재집권으로 한국 기업들이 큰 투자 불확실성에 휩싸인 상황이다.
그러나 반대로 보면, 한국 기업의 투자에 따른 고용 확대 등 경제 발전 효과를 기대하는 미국의 각 지방에서는 한국 기업의 철수나 투자 축소에 관한 우려가 큰 것도 사실이다.
한국 기업들이 투자한 지역은 민주·공화당이 치열하게 다투는 경합지가 많아 지방의 불안은 워싱턴DC 정가를 향한 압력 요인이 된다.
한국 기업 투자 지역 중 현대차가 전기차 공장을 지은 조지아 등 현재 공화당 우세 지역이 많다.

공화당 내부에서 공감대가 큰 IRA 전기차 소비 보조금 철폐와 달리 트럼프 신정부가 반도체 과학법에 따른 투자 보조금 정책과 IRA의 첨단 생산 세액공제(AMPC)를 완전히 철폐하는 데에는 상당한 부담이 따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 기업들에는 최근 미국 현지 언론을 통해 트럼프 신정부가 폐지를 추진할 것으로 전해진 IRA의 전기차 소비 보조금보다는 장기 투자에 영향을 끼치는 반도체 투자 보조금과 IRA의 AMPC 유지가 더욱 중요한 상황이다.
이석희 SK온 최고경영자(CEO) 사장은 지난 13일 기자들과 만나 "(미국에서) 저희한테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IRA 상 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인데, 급격한 변화는 어렵지 않을까 판단한다"며 "대부분의 SK온 공장이 공화당 주에 있고, (IRA) 폐지에 반대 서명했던 18명의 하원 의원들의 상당수가 이번에 다시 재선된 것을 보면 너무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외경제연구원은 지난 7일 보고서에서 "한국의 대미 투자를 레버리지로 삼아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무역장벽이 지나치게 높은 수준으로 실현되지 않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개별 기업의 투자가 미국 지역 경제, 일자리 창출 등에 어떻게 기여했는지 상세하게 홍보해 한국의 대미 투자에 관한 우호 여론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 미국 '제조업 탈중국' 최선 파트너는 한국…트럼프도 손 내밀어
미국이 초당적으로 중국을 배제한 채 자국 제조업 부활을 추진 중인 가운데 미국이 입장에서 반도체, 배터리, 태양광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 전통의 조선·기계·전력 산업에 이르는 풍부한 산업 공급망을 확보한 한국과의 전략적 협력도 중요해졌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안보 우려로 자국 전력망 건설에서 중국산 전력 기기와 전선 사용을 배제했는데 이는 한국 전력기기와 전선 업체들의 대미 수출 급증으로 이어졌다. 달리 말하면 한국이란 대체 선택지가 없다면 이 같은 '탈중국' 선택이 어려웠다는 얘기도 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과의 지난 7일 첫 통화에서 뜻밖에 한국과의 군 항공정비(MRO)를 포함한 조선 산업 협력 문제를 화두로 꺼낸 것은 트럼프 신정부가 자국이 당면한 제조업 역량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신뢰할 수 있는 우방인 한국과의 전략적 협력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 장면으로 회자했다.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여한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9월 25일 워싱턴DC 학술 행사에서 "미국은 제조 산업을 재건하려고 하지만 혼자 할 수 없기 때문에 파트너가 필요한데 그런 면에서 한국은 미국의 완벽한 파트너"라며 한미 양국 간 기술·산업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통상 당국도 트럼프 1기 때와는 달라진 흐름에 주목하면서 반도체, 이차전지 등 기존 한미 산업 협력 흐름을 최대한 이어가며 트럼프 신정부가 역점을 둘 조선, 에너지 등 분야로 협력을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박성택 산업부 1차관은 "(미국) 선거 과정에서 여러 의견이 제시돼 미국에 투자 노출이 큰 우리 기업이 여러 가능성을 걱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그 과정에 기회 요인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위기는 최소화하고 기회를 최대화하는 방향으로 미 신정부와 협조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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