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독일 '신호등' 연립정부 붕괴 이후 연정에 남은 진보 성향 정당들이 낙태죄를 형법에서 완전히 삭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 2월 조기총선 이후 집권이 유력시되는 중도보수 야당은 강력 반발했다.
15일(현지시간) 일간 타게스슈피겔에 따르면 전날 임신 12주 이내 낙태를 처벌하도록 규정한 형법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법안이 의회에 제출됐다. 발의에는 여당인 사회민주당(SPD)과 녹색당에 좌파당을 더해 의원 236명이 참여했다. SPD 카르멘 베게 의원은 "이번 임기 안에 의회를 통과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현행 형법은 임신중절을 집도한 의사를 3년 이하 징역 또는 벌금형, 임신부는 1년 이하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하도록 한다. 그러나 임신 12주 이내 지정된 기관에서 상담을 거쳐 낙태하면 처벌하지 않는 등 폭넓은 예외규정으로 사실상 비범죄화 상태다.
SPD·녹색당 의원들은 상담 없이 낙태하더라도 의사만 처벌하고 상담 절차 등을 규정한 '임신갈등예방관리법'으로 낙태 문제를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형법에 남아있으면 낙인효과가 생긴다는 이유에서다.
독일 형법의 낙태금지는 거의 사문화한 조항이지만 여전히 논쟁거리다.
신호등 연정은 낙태죄를 재검토하기 위해 꾸린 '재생산 자기결정·생식의학 위원회'에서 올해 4월 임신 12주 이내 낙태를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하라는 권고를 받았다. 그러나 연정 내 소수파 자유민주당(FDP)의 반대로 입법을 추진하지는 못했다. 그러다가 지난 7일 FDP가 연정을 탈퇴하자 일주일 만에 법안을 낸 것이다.
제1야당인 기독민주당(CDU) 프리드리히 메르츠 대표는 "나라를 둘로 쪼개고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하는 문제"라며 "항상 결속과 협력을 말하는 숄츠 총리가 발의안에 서명한 건 정말 놀랍다"고 말했다.
조기 총선을 3개월 앞두고 지지율 1위를 달리는 CDU와 기독사회당(CSU) 연합은 집권하면 지난 4월 신호등 연정이 합법화한 기호용 대마초도 다시 규제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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