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멕시코 한류 붐의 산증인 '아메리까 엔 꼬레아'

입력 2024-11-17 07:07  

[특파원 시선] 멕시코 한류 붐의 산증인 '아메리까 엔 꼬레아'
아메리카 테산 한국문화원 실무관 "韓 콘텐츠, 멕시코서 다수 향유하는 주류문화"
대사관 포함 곧 20년 근무…"K팝→K드라마→한국어·음식으로 관심 확장세 뚜렷"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주멕시코 한국문화원 직원들의 휴대전화에는 이색적인 이름으로 저장된 연락처가 하나 있다.
직역해 보면 '한국에 있는 아메리카' 정도로 치환해볼 수 있는 '아메리까 엔 꼬레아'가 그것인데, 통화 버튼을 누르면 때론 "안녕하세요, 아메리까 엔 꼬레아입니다"라는 스페인어 대답을 들을 수 있다.
아메리카 테산(50) 실무관은 16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 만나 "시리아 이민자 출신 가정에서 태어난 부친이 제 이름을 지어 주셨다"며 "조부모 때 가족들을 받아준 이 대륙에 대한 감사의 의미가 담겼다"고 웃으며 말했다.
테산 실무관은 멕시코 한국문화원의 얼굴이자 현지 한류 확산에 이바지한 산증인이다.
멕시코시티에서뿐만 아니라 멕시코 내 한국 문화와 관련한 행사장에서 그를 발견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멕시코 당국과의 의사소통에서부터 현지인 상대까지 일당백"이라는 전우표 한국문화원장의 칭찬엔 테산 실무관을 만나 본 이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게 된다.
대학에서 저널리즘과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한 테산 실무관은 2006년 1월 '언론 분야' 한국대사관 직원으로 채용된 것을 계기로 한국과 본격적인 연을 맺게 됐다.
대사관에 등록된 팬클럽을 위한 소규모 행사 기획 등 다양한 업무를 했다는 그는 2011년 한 해 동안 한국문화원 개원을 위해 "멕시코 연방정부 및 지방정부의 복잡한 요구 사항과 필요를 충족하며" 동분서주했다고 한다.



이듬해 10월께 모든 준비 절차를 완료한 뒤에 테산 실무관은 2013년 문화원 '개원 멤버'로 공식 개원식에 함께했다.
그는 "대사관에서 가장 먼저 배운 말이 'Pali-Pali'(빨리빨리)인데, 멕시코에서는 정보를 제공하는 방법이나 소요 시간이 한국과 달라 양측을 맞추기가 어려웠다"며 "한국과 멕시코 간 중재자 역할을 하는 현재도 매일 맞닥뜨리는 사안"이라고 했다.
멕시코시티 폴랑코에 자리한 한국문화원에서 현지 한류 팬을 거의 매일 만나는 테산 실무관은 2010년대 초반부터 한류 팬 급증세를 뚜렷이 감지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K팝 인기 상승, 스트리밍 플랫폼 내 K드라마 관심 폭발, 2017년 케이콘 문화행사 성황, 사회관계망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강력한 팬덤 형성, 멕시코 주류 언론의 관련 보도량 증가 등 주요 흐름을 조목조목 소개했다.



테산 실무관은 "케이팝 댄스 경연대회, 언어 워크숍, 한국 영화 상영회 등 한국문화원 내 행사 참여 신청이 급격히 많아지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며 "최근엔 자막 없이 한국 프로그램을 즐기기 위해 한국어를 배우려 하거나 한국 음식 또는 전통문화 체험 등으로 열망이 커지고 있음을 목격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이는 멕시코에서 한국 콘텐츠는 비주류가 아닌, 다수에 의해 적극적으로 향유되는 대중 문화의 한 일부가 됐음을 방증한다"고 역설했다.
한류 붐에 더해 내년 멕시코로의 한인 이민 120주년을 맞아 한국문화원은 대사관과 함께 다양한 행사를 지원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테산 실무관은 "후손과 현지 한류 팬이 함께할 수 있는 소중한 한 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walde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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