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선진화 '마지막 퍼즐' 對고객 외국환중개업도 늦어질 듯
(세종=연합뉴스) 이준서 기자 = 21년 만에 추진된 '원화 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이 연내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 전자등록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올해 세수부족분을 충당하기 위해 최대 6조원의 외평기금이 동원되는 데다, 올해 총 18조원 규모로 계획된 '원화 외평채' 발행도 미뤄지면서 외평기금 원화자산 확보에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17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이 대표 발의한 외국환거래법 개정안은 지난 1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상정됐다.
개정안은 '원화 외평채' 전자등록 규정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재위 소위의 법안 심사를 거쳐 기재위 전체회의,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까지 국회 절차를 고려하면 빨라야 12월 중순에야 입법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분위기다.
입법만 마무리된다면 12월 하순에라도 일부 발행 절차에 들어갈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는 내년으로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국회 일정에 달려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발행 무산 여부를 단언하기는 어렵다"면서 "12월 연말까지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환평형기금은 외화(달러)와 원화 자산으로 구성된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 달러를 내다팔고, 환율이 급락하면 원화 자산으로 달러를 사들여 외환시장 변동성을 줄이는 구조다.
국제금융시장에서 외화 외평채를 발행해 달러를 조달하는 것과 달리, 원화 자산은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의 국고채 발행분을 빌리는 방식으로 마련해왔다.
즉, 원화 외평채를 발행함으로써 공자기금을 거치지 않고 직접 시장에서 원화를 조달하겠다는 의미다.
정부는 올해 18조원 규모의 원화 외평채 발행계획을 세웠지만, 발행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그만큼의 원화자산도 감소하게 됐다.
이자비용 절감 효과도 사라지게 된다. 주로 10년물 국고채로 조달한 공자기금에서 고금리 차입하는 것과 비교하면, 단기물 위주로 발행되는 원화 외평채 비용이 저렴하다.
외국환거래법 개정안에 담긴 '대고객 외국환중개업'(애그리게이터·Aggregator) 도입도 미뤄지게 됐다.
현재는 금융기관 간 외환거래에만 중개업이 이뤄지고 있지만, 앞으로는 기업·개인 고객과 금융기관의 거래도 중개하는 시스템이다. 기존 도매 거래를 소매 거래까지 확대하는 개념이다.
대고객 중개업이 출범하면, 환전이 필요한 고객들은 중개회사 플랫폼에서 각 금융기관이 제시한 환율 호가를 보고 가장 유리한 가격을 선택할 수 있다. 말하자면, 증권사의 주식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 가까워지는 셈이다.
글로벌 외환시장에서는 보편화된 서비스로, 우리 외환시장 선진화의 '마지막 퍼즐'로 꼽힌다.
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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