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선호도 1위' 국방장관으로 후보 교체 요구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독일 조기 총선을 3개월 앞두고 연임에 도전하는 올라프 숄츠 총리(사회민주당·SPD)에 대한 당내 반대 여론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슈피겔과 디차이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SPD 제하이머파 소속 의원들은 지난 12일 모임에서 숄츠 총리를 차기 총리 후보로 내세워서는 총선에서 승산이 없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숄츠가 국민 신뢰를 완전히 잃었다", "숄츠를 위해 선거 운동을 할 동기가 없다", "2월 총선에서 재앙이 일어날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제하이머파는 중도 진보 SPD 내 보수 성향 인사들의 모임으로, 3대 계파 중 인원수는 가장 많다. 일부 지역 당 조직에서 총리 후보 교체를 요구한 적은 있으나 중앙당 차원에서 이 같은 목소리가 나오기는 처음이라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여론조사기관 인자(INSA)의 14∼15일 설문에서 응답자의 45%가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국방장관이 대신 총리 후보로 나서야 한다고 답했다. SPD 지지자 가운데는 이같이 답한 비율이 59%에 달했다.
피스토리우스 장관이 여야 주요 정치인 20명에 대한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달리는 반면 숄츠 총리는 19위에 처져 있다. SPD 정당 지지율 역시 15.5%로 중도 보수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32.5%), 극우 독일대안당(AfD·19.5%)에 이어 3위에 머물렀다.
국방 전문가인 요하네스 아를트 의원도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숄츠 총리가 최선의 선택이 아니라는 생각을 지역구의 많은 당원과 시민이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간 타게스슈피겔은 피스토리우스 장관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인사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SPD 지도부는 숄츠 총리를 당내 총리 후보로 내세우겠다는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CDU·CSU 연합 총리 후보인 프리드리히 메르츠 CDU 대표와 이념·정책 차이가 선명하다는 이유에서다. 독일 총리는 총선 이후 연방의원들이 뽑는다. 피스토리우스 장관 역시 차기 정부에서도 국방장관을 하고 싶다며 총리직은 고사하고 있다.
라르스 클링바일 SPD 공동대표는 "정책 아닌 인물을 논의하는 건 중요하지 않다"며 총리 후보 논쟁이 불필요하게 가열됐다고 경고했다.
숄츠 총리는 17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브라질로 출국하는 길에 연립정부 붕괴와 총선 관련 질문을 받고 "나는 총리로서 필요한 결과를 낼 책임이 있다. SPD와 나는 승리를 목표로 토론에 참여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숄츠 총리는 지난 7월 연임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했으나 당내 총리 후보로 정해지지는 않았다.SPD 지도부는 이달 30일 회의에서 총리 후보를 결정하고 내년 1월 중순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자유민주당(FDP)의 연립정부 탈퇴로 SPD와 중도 진보 연정에 남은 녹색당은 이날 전당대회를 열어 로베르트 하베크 경제기후보호장관을 총리 후보로 공식 지명했다.
하베크 장관은 수락 연설에서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 시절 CDU·CSU 연합과 SPD의 이른바 대연정이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에서 벗어나지 못해 독일 경제가 침체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 재정운용의 발목을 잡는 부채제동장치 제도를 개혁하기 위해 CDU·CSU 연합과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녹색당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1.5%로 4위를 기록했다. 현재 정당 지지율대로면 내년 2월 총선에서 CDU·CSU 연합이 제1당에 올라 SPD와 녹색당 가운데 연정 파트너를 택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마르쿠스 죄더 CSU 대표는 최근 숄츠 총리만 없다면 SPD와 대연정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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