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뇨스 사장, 공식 기자회견 열어 아이오닉9·이니시움 소개
폭스바겐서 견제구도…美 전문매체 "현대차그룹이 뉴스 장악"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홍규빈 기자 = 21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오토쇼의 메인 공간으로 볼 수 있는 '사우스 홀'(South hall).
정문으로 들어서자 한일 대표 브랜드인 현대차와 도요타가 양쪽에 도열했다. 중앙 복도를 따라 걸으니 테슬라, 쉐보레 등 현지 경쟁 업체도 차례로 나타났다.
4개 브랜드의 공통점이 눈에 띄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차량이 모두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라는 점이었다.
전날 세계 최초로 공개된 현대차 아이오닉9을 비롯해 도요타 bZ4X, 테슬라 모델Y, 쉐보레 이쿼녹스 EV LT가 차례로 시선을 뺏었다.
현지 브랜드 관계자는 "미국에서 내연기관 차는 트럭, 전기차는 SUV가 제일 잘 나간다"고 귀띔했다.
'전기 SUV 경연'에서 가장 두드러진 브랜드는 현대차그룹이었다.
현대차는 이날 오전 9시 10분 가장 먼저 프레스 콘퍼런스를 열고 대형 전기 SUV 아이오닉9과 수소전기차(FCEV) 콘셉트카 이니시움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선점했다.
현대차 대표이사로 내정된 호세 무뇨스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아이오닉9을 타고 나타나자 관중 사이에서 환호성이 나왔다.
무뇨스 사장은 "아이오닉9은 내년 1분기 생산이 시작돼 2분기부터 판매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니시움을 소개하면서는 "미래는 전기지만, 현대차는 여러 동력장치 기술을 동시에 추구하는 비전이 있다"며 "내연기관 하이브리드,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배터리전기, 연료전지, 주행거리연장형 전기차 등의 스펙트럼으로 업계에 접근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2033년까지 120조5천억원을 투자하고 2030년 전기차 200만대를 포함한 글로벌 555만대를 팔겠다는 '현대 웨이' 전략도 재확인했다.
발표를 유심히 지켜보던 자동차 디자이너 코르 스틴스트라 씨는 "현대차는 디자인이 혁신적이다. 다른 브랜드는 내연기관에 갇혀있거나 전기차로 천천히 이동하는데 전기차와 수소차 양방향으로 가는 것은 아주 좋은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아이오닉 브랜드는 5, 6, 9이 서로 완전히 다른 차량이지만 모두 품질이 좋다. 도요타 제품군은 현대차만큼 좋지 못하다"고 비교했다.
현대차 순서가 끝나고 10분 뒤 곧바로 기아의 프레스 콘퍼런스로 이어졌다.
사람들은 놓칠세라 우르르 '웨스트 홀'에 있는 기아 부스로 몰려갔다.
기아는 대형 전기 SUV EV9의 고성능 모델 '더 기아 EV9 GT'를 비롯해 상품성 개선 모델 '더 뉴 EV6', '더 뉴 스포티지'를 선보였다.
발표 도중 '더 기아 K4'가 2025 북미 올해의 차 세단 부문 최종 후보에 포함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박수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자동차 부품업계에서 종사한다는 미국인 A씨는 "EV9 GT와 더 뉴 스포티지 모두 멋지고 출시가 기대된다"면서 "기아가 좀 더 혁신적이라면 현대차는 정교한 느낌이다. 현대차그룹이 두 브랜드를 동시에 제공한다는 점이 흥미롭고 현명한 전략 같다"고 말했다.
현대차와 기아가 관심 몰이를 끝낸 오전 11시께, 독일 자동차업체 폭스바겐의 행사에서 한국 차를 향한 견제 발언이 나왔다.
전기 승합차 ID 버즈를 소개하던 폭스바겐 관계자는 "(ID 버즈의) 1, 2열 모두 기아 EV9보다 10인치 더 여유가 있다"면서 "2열을 접고 3열을 제거하면 146입방피트의 공간이 확보되는데 이는 기아 EV9보다 더 넓다"고 설명했다.
미국 자동차 전문매체 오토모티브뉴스는 현대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를 포함해 "현대차그룹이 LA 오토쇼에서 제품 뉴스 대부분을 장악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실내 테스트 드라이브 트랙인 'EV 시승 체험 공간'을 열어 오후에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아이오닉9 2열에 앉아보니 키 180㎝가 넘는 성인 남성이 앉아도 무릎에서 앞좌석까지 손 한 뼘 반 정도의 여유가 남았다. 머리 위 공간도 넉넉했다.
인스트럭터가 약 2분간 120m짜리 코스를 도는 동안 급가속, 급감속, 급선회를 선보여도 편안한 승차감이 유지됐다.
다만 날씨 영향이 없는 실내에서 매끄러운 바닥 위를 달렸기 때문에 다른 차량과 직접적인 비교는 어려웠다.
다만 LA 오토쇼도 전 세계적인 모터쇼 쇠퇴 현상을 피하지 못하는 듯했다.
일반 대중에 입장한 날은 아니었지만, 전시장 내부엔 이따금 한적함이 흘렀고 세계 최대 전기차업체 비야디(BYD)의 부스도 보이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입장할 때 대기 줄이 하나도 없는 걸 보면 LA 오토쇼도 인기가 많이 시들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bing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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