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부처, 석화산업 지원안 이르면 내달 발표…"자발적 재편 촉진"
'규모의 경제' 실현 필요성 제기…M&A 위한 공정거래법 규제 완화 등 논의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이슬기 기자 = 장기 불황을 겪는 석유화학업계의 경쟁력 강화에 정부가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산업 재편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정부는 인수합병(M&A)에 걸림돌로 작용했던 규제 완화와 금융 지원 등을 검토하는 한편, 업계에서도 과감히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는 등 자구책 마련이 한창이다.
◇ 정부, 정책금융·인센티브 등으로 산업재편 지원
24일 업계와 정부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관계부처는 중국발 공급 과잉과 경기 침체로 불황의 늪에 빠진 석유화학 산업 재편에 관해 정책금융과 인센티브 등의 제도적 지원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정부의 제도적 지원은 기업 스스로 산업 재편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규제를 해소하고, 정책 금융과 인센티브 등을 통해 산업 재편이 속도를 낼 수 있도록 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산업 지원 방향은 큰 틀에서 ▲ 공정거래법 규제 완화 ▲ 세제·금융 지원 ▲ 저탄소·친환경 분야 연구개발(R&D) 및 정책 지원 등에 중점을 두고 논의가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외환위기 시절 정부 주도로 자동차, 반도체, 석유화학, 항공기, 조선 등 산업 전반에 걸쳐 '빅딜'을 추진한 사례와 달리, 기업들의 자발적 산업 재편을 촉진하는 목적이라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정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과거처럼 '톱다운' 방식 빅딜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 시스템과 생태계가 돌아가고 있는 것에 주목한다"며 "그런 자발적인 흐름을 정부가 방해하지 않고, '넛지'(부드러운 개입)할 수 있도록 간접적 형태의 제도적 측면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관계부처 간 논의가 끝나는 대로 이르면 다음 달 중 석유화학 산업 재편에 관한 제도적 지원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최근 산업부는 선제적으로 사업 재편을 추진한 일본 석유화학 산업 현황을 참고하기 위해 긴급 연구 용역을 발주하기도 했다.
일본 석유화학업계에서는 '오일쇼크' 여파로 산업 수익성이 악화한 1980년대 초부터 꾸준히 구조조정과 인수합병(M&A)을 통한 사업 재편이 이뤄졌다.
대표적으로 1994년 미쓰비시화성과 미쓰비시유화가 합병해 미쓰비시화학이 탄생했고, 1997년 미쓰이석유화학과 미쓰이도아쓰화학이 합병해 미쓰이화학이 발족했다.
일본 정부는 M&A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공정거래법 적용을 석유화학산업에 한시적으로 유예하는 등의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지원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 재편이 원활히 추진되려면 관련 기업 간 협의를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공정거래법에서는 그런 협의가 금지됐다"며 "공정거래법 쪽에서 풀어줘야 할 부분을 정부에서 원활하게 지원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공장 돌릴수록 손실 '눈덩이'…끊이지 않는 '빅딜설'
석유화학업계에서도 자발적으로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대형 업체끼리 통합하는 이른바 '빅딜' 추진설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지난 4월에는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이 석유화학 기초 원료를 생산하는 범용 나프타분해설비(NCC) 부문을 통합하는 방안을 두고 초기 논의 단계라는 보도가 나왔다.
이 같은 '빅딜'설에 당시 두 회사 모두 "NCC 부문 통합 또는 합작사(JV) 설립 방안 등을 검토한 바 없다"며 전면 부인했으며 지금도 같은 입장이다.
그러나 NCC를 가동할수록 손실만 불어나고 단기적으로 업황 회복이 어려운 상황에서 석유화학 업계의 '빅딜'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된다.
석유화학 산업은 대규모 장치 산업이라 고정비 비중이 큰 만큼 M&A로 사업 규모를 키우면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 산업은 규모가 커질수록 고정비가 줄어 경쟁력 유지에 도움이 된다"며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에 대응해 수익성을 확보하려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업계에서는 사업 재편을 가속하고자 비핵심 사업을 정리해 안정적으로 현금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LG화학은 작년 하반기에 IT 소재 사업부의 필름 사업 중 편광판 및 편광판 소재 사업을 중국 업체에 약 1조1천억원에 매각했다.
이어 LG화학이 여수 NCC 2공장 매각을 추진한다는 소문도 꾸준히 돌고 있다. 이와 관련해 회사 측은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는 입장이다.
롯데케미칼은 자산 경량화(에셋라이트) 전략을 추진하면서 해외 법인 지분 매각을 통해 총 1조3천억원 규모 현금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말레이시아 합성고무 생산법인 LUSR의 청산도 결정했다.
최근 수익성 저하 여파로 롯데케미칼 일부 공모 회사채의 사채관리 계약에 재무특약 위반이 발생했으나, 가용 유동성 자금을 4조원 확보해 원리금 상환에는 문제가 없다고 회사 측은 강조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전략적 관점의 사업 철수, 비효율 자산의 매각, 사업 리스크 관리를 위한 투자 유치 등으로 재무 건전성 제고 노력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rice@yna.co.kr, wi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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