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니 받거니…푸틴·김정은, '동물선물' 함의는

입력 2024-11-24 07:04  

주거니 받거니…푸틴·김정은, '동물선물' 함의는
북러 군사밀착 속 '동물선물 외교'…지도자간 친밀 과시


(모스크바·서울=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김연숙 기자 = 러시아와 북한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군사 밀착을 강화하는 한편 동물을 선물로 주고받으며 소프트 외교에도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러시아는 지난 20일(현지시간) 북한에 사자 1마리 불곰 2마리, 야크 2마리와 코카투(앵무새)·꿩·원앙 등 70여마리의 동물을 선물했다고 밝혔다.
이들 동물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지시로 모스크바 동물원에서 평양 중앙동물원으로 이전됐다. 러시아 천연자원부는 "푸틴 대통령이 북한인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가 북한에 동물을 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모스크바 동물원은 지난 4월에도 평양 중앙동물원에 독수리, 비단뱀 등 동물들을 기증했다. 8월에는 오를로프 트로터 품종 말 24필을 북한에 수출했다. 이 말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애마'로 알려져 푸틴 대통령이 보낸 선물로 해석됐다.
김 위원장도 푸틴 대통령에게 동물을 선물했다. 지난 6월 푸틴 대통령이 북한을 국빈 방문했을 때 북한의 국견 풍산개 한 쌍을 선물했다.
당시 러시아에서 '희귀종'인 풍산개에 많은 관심이 쏟아지자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푸틴 대통령이 받은 풍산개들의 이름은 언제 짓는지, 언제 모스크바에 도착해 어떻게 적응하고 있는지 등을 세세히 언론에 알렸다.
러시아와 북한은 동물을 매개로 공동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6월 북한과 멸종위기에 처한 한국 토종표범(아무르 표범) 보호를 위한 프로젝트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러 관계는 주로 군사 분야 협력이 많은 주목을 받아왔다. 러시아와 북한이 관계를 강화한 것도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이 계기가 됐다. 이후 러시아와 북한은 반서방 노선을 공유하며 서로를 지지했다.
러시아와 북한은 무기와 첨단 군사기술을 거래하고 있다는 의혹을 꾸준히 받았고 최근에는 북한군이 러시아에 파병돼 전투에 투입됐다는 정보도 나왔다. 이달 중순에는 관계를 동맹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도 나란히 비준했다.
이런 가운데 북러는 동물 외교도 활발히 진행하며 군사뿐 아니라 경제, 문화 등 전방위적으로 관계를 강화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북러가 무기거래·파병에 대해서는 공식 인정하지 않는 것과 대조적이다.
동물 외교는 군사·경제력이 아닌 문화·예술 등 소프트파워를 통해 우호 관계를 형성하는 외교 방식의 하나로 꼽힌다. 중국이 멸종위기종 판다를 우호국에 임대하는 판다 외교가 대표적이다.
한국에서 많은 사랑을 받은 푸바오가 판다 외교 사례로 유명하다. 2016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중 친선 도모의 상징으로 보내온 판다 러바오와 아이바오가 2020년 한국 에버랜드에서 낳은 푸바오는 '국민 판다'로 사랑을 받다가 멸종위기종 보전 협약에 따라 지난 4월 중국으로 돌아갔다. 푸바오는 여전히 중국과 한국 팬들의 많은 관심을 받으며 한중 교류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러시아에서도 2019년 러중 수교 70주년을 기념해 모스크바에 도착한 루이와 딩딩 사이에서 지난해 새끼 카튜샤가 태어났다. 이를 두고 러시아는 "러중 협력 결과"라고 평가한 바 있다.
김치욱 울산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동물 외교는 지도자 간 친밀감을 드러내는 동시에 상대국 국민의 호감을 불러일으켜 외교적 목적을 달성하는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주고받는 동물의 외교적 함의에 대해서는 치밀한 계산이 깔려 있다고 김 교수는 덧붙였다.
그런 점에서 러시아가 북한에 선물한 동물들이 북한 사람들에게 우호 증진 효과를 낼지는 의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동준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일반 시민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시민들이 좋아할 만한 동물을 보낸다"며 이와 달리 푸틴이 북한에 선물한 사자와 곰의 경우 지도자의 위엄을 보여주는 의미가 엿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오를로프 트로터 말의 경우 순전히 북한인이 아닌 순전히 김 위원장의 취향에 맞춰 보낸 동물이라고 지적했다. 지도자 간 친밀을 과시하기 위한 용도로만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김 교수는 수십 마리의 동물을 키우고 관리하는 데 상당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북한이 러시아의 선물에 부담을 느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abbi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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