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주주권 확대 제도개선' 세미나
(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 지난 3월, 한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대기업그룹 상장사 정기주주총회에 참석하려다가 '당신이 그 펀드의 대표인지 증명할 수 있는 법률 서류 제출을 해야 입장할 수 있다'는 회사 측 설명에 난처함을 느꼈다.
이러한 요구를 한 사람은 1년 이상 연락을 주고받았고 주총일 전날까지만 해도 미팅을 했던 해당 회사의 기업설명(IR) 담당자였다.
결국 변호사와 상임대리인을 통해 주총장에 들어가는 데엔 성공했으나, 대동하려던 통역사는 주주가 아니라는 이유로 입장하지 못했다. 질문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다.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ACGA)의 한국·싱가포르 리서치 헤드 스테파니 린 연구원은 25일 FKI타워에서 열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세미나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주주권이 제대로 보장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린 연구원은 한국의 주총 소집공고 기간은 14일로 짧고, 외국인 투자자는 특히 국내 투자자에 비해 안건을 분석하고 의결권을 행사하기까지 더 촉박하게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전했다.
실제 올해 주총 시즌에 한국을 방문한 ACGA 회원사들의 경험에 따르면 실제 주총일과 주총소집 공고일, 의결권 마감 기한 등을 고려하면 외국인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 가능 시간은 5일 안팎으로 조사됐다.
린 연구원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CGA가 권고하는 것은 (주총 소집을 주주총회일 14일 전에 통지해야 한다고 규정한) 한국의 상법을 개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상법 개정이 쉽지 않기 때문에 한국상장회사협의회 표준 정관 개정으로 좀 더 여유를 두는 방법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한국 상법과 시행령은 사업보고서·감사보고서를 주주총회 1주일 전까지 공시하도록 하는 등 주총 직전까지 제공되는 정보도 부족하고, 상장사의 97.2%가 3월 20∼29일 사이에 주총을 개최하는 등 쏠림이 과도하다고 짚었다.
린 연구원은 "기업이 투자자 문의에 신속히 응답해주고 주총 참여(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며 "대만 같은 경우는 하루 몇 건의 주총을 개최할 수 있는지 상한선을 두고 싱가포르는 대형 상장사는 주총일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한다"면서 한국도 이처럼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복수의 기업을 상대로 행동주의를 펼쳐온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의 이창환 대표는 "주총을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주총 소집 공시를 오후 5시 반 이후에 하기 때문에 그 다음 영업일에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공시를 할 수밖에 없고, 그로부터 다시 2영업일이 지난 다음에서야 외국인 주주들에게 접촉할 수 있어 회사보다 늦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또한 한국예탁결제원에 외국인 주주의 의결권 마감은 주주총회일로부터 5영업일 전에 마감하기 때문에 의결권 자문사와 접촉해 안건에 대한 설명을 하기에도 시간이 빠듯하다고 덧붙였다.
기업거버넌스포럼은 이날 발표를 모아 법무부와 금융위원회, 한국예탁결제원 등에 전달할 방침이다.
이남우 포럼 회장은 "워런 버핏의 버크셔헤서웨이는 주주총회에서 1년간 경영 성과를 공유하고 주주들과 같이 얘기하며 피드백을 듣는 장인데 우리도 주총에 대해 시각이 바뀌어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nor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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