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부효율부 준비' 인선착수…"보복이 동기" 벌써 성과 회의론도

입력 2024-11-25 17:48  

'美정부효율부 준비' 인선착수…"보복이 동기" 벌써 성과 회의론도
기획단계 머스크 측근들 대거 합류…머스크 "2조달러 감축"→"5천억달러 조준"
"공무원들과 밀접한 협력이 중요…정부 감축하려면 도끼 아닌 메스로 해야"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연방정부 구조조정과 지출감축을 추진한다고 했으나, 실제 성공 여부는 불확실하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24일(현지시간) 분석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신설하는 정부효율부(DOGE)의 공동 수장으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기업가 출신인 비벡 라마스와미 전 공화당 대선 경선후보를 발탁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내각과 백악관 주요 인선 작업을 사실상 마무리한 가운데 정부효율부 출범 준비를 위한 인선 윤곽도 드러나고 있다.
두 공동 수장은 지난주 워싱턴과 트럼프 당선인의 마러라고 자택을 오가며 DOGE 인선 작업을 벌였다.
이들은 지난 22일 백악관 예산관리실(OMB) 실장으로 러셀 보트를 내정한 트럼프 당선인의 결정에도 상당한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DOGE 출범 준비에는 머스크와 사업상 친분이 있는 측근 인사들이 대거 참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앤토니오 그라시아스 밸러 에쿼티 파트너스 CEO, 스티브 데이비스 보잉 컴퍼니 사장 등이 합류해 기획에 관여하고 있다.
또 조 론스데일 팰런티어 공동창업자, 벤처캐피털리스트 마크 앤드리슨, 빌 애크먼 퍼싱 스퀘어 캐피털 매니지먼트 CEO, 트래비스 캘러닉 전 우버 CEO 등도 참여 중이다.
특히 앤드리슨이 인재 모집을 위한 네트워킹에서 핵심적 역할을 맡고 있다고 한 취재원은 WP에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정부효율부 임무기간과 관련해 "이들의 작업은 늦어도 2026년 7월 4일까지 완료될 것"이라며 "미국의 독립선언 250주년을 맞아 미국에 완벽한 선물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7월4일은 1776년 미국의 독립선언을 기념하는 연방 공휴일이다.
머스크와 라마스와미는 지난 20일 월스트리트저널(WSJ) 공동 기고문에서 "2026년 7월4일까지 정부효율부의 필요성을 없애는 것이 최우선 목표"라면서 임무 완료 시기를 거듭 확인하고, "우리는 연방 관리나 직원이 아닌 외부 자원봉사자로서 일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DOGE가 실질적으로 얼마나 효율적으로 정부조직 축소와 지출 감축을 이뤄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머스크는 "낭비를 근절해 연방정부 예산을 적어도 2조 달러(2천800조 원) 감축할 수 있다"고 대선 전인 지난달 27일 주장했으나, 비현실적 목표라는 게 중론이다.
사회보장제도, 공공의료보험, 국채 이자, 국방비 등 실질적으로 대폭 감축이 불가능한 지출이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작년 미국 연방정부 지출은 약 7조 달러(9천800조 원)였다.
머스크와 라마스와미는 WSJ 기고문에서 DOGE 운영 구상을 밝히면서 "의회의 (명시적) 승인이 없었거나 의회가 결코 그렇게 의도한 적이 없는 방식으로 지출되고 있는 5천억 달러(700조 원) 이상"을 감축 대상으로 '조준'할 것이라고 밝혔다.
슬그머니 감축 목표치를 4분의 1로 줄인 셈이다.
이 기고문에서 머스크와 라마스와미는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대규모 정부 구조조정을 실행할 수 있다며 논란이 법정으로 번지더라도 대법원이 트럼프 당선인의 편을 들어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WP는 과거 미국 대통령들도 정부 구조조정, 규제개혁, 지출감축 방안을 논의하는 위원회 조직을 외부인사 위주로 만들었으나 성과가 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런 위원회로는 리처드 닉슨(재임 1969∼1974) 때 '애시 위원회', 로널드 레이건(1981∼1989년) 때 '그레이스 위원회'가 있었다.


빌 클린턴(1993∼2001년) 때 앨 고어 부통령이 이끌던 '국가성과평가'(NPR)가 64만 쪽 분량의 연방정부기관 내부규정을 삭제하고 연방공무원 42만6천명을 감축하는 등 성과를 냈으나, 외부인사 위주가 아니라 직업공무원 위주로 꾸려진 조직이었다고 WP는 설명했다.
이 때문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무작정 지출 감축을 밀어붙여서는 성공할 수 없고 현실에 기반해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일레인 카마크 효율적 공공관리 센터장은 지난 18일 연구소 홈페이지에 "정부를 감축하려면 도끼가 아니라 메스로 해야 한다"는 제목의 논평을 실었다.
카마크는 22일 WP와의 인터뷰에서 규제 평가는 정기적으로 반드시 해야 한다면서도, 머스크와 라마스와미가 공언한 내용 중 일부는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전례로 볼 때 정부 구조조정 계획 수립을 주로 정부 외부 인사들에게 의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는 없다며, 정부 공무원들과 밀접하게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클린턴 때 고어 부통령의 정책 담당 선임보좌관으로 있으면서 'REGO'(reinventing government·정부의 재발명)이라는 구호로 유명한 NPR의 실무를 총괄했다.


WP는 트럼프가 추진하는 '연방정부 개혁'의 실제 동기는 '응징과 보복'이라며 실제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전망했다.
이 신문은 트럼프 당선인이 8년 전 첫 당선 때도 비슷한 결심을 했으나 4년 후 퇴임할 때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모든 정부 관료기구는 가끔씩 대규모 개편과 쇄신이 필요하다. (그러나) 트럼프의 동기는 응징과 보복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내각 인선을 보면 그 점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WP는 연방정부 공무원들은 트럼프 2기의 구조조정 시도를 앞두고 단단히 대비하고 있으며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이들은 소송 등 다양한 수단으로 저항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머스크와 라마스와미가 이끄는 트럼프의 선봉대가 과연 진정으로 준비되어 있는지 여부는 곧 알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solatid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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