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도요타·GM 삼국지?…트럼프 시대 車산업 누가 웃을까

입력 2024-11-26 06:09  

현대차·도요타·GM 삼국지?…트럼프 시대 車산업 누가 웃을까
HEV 기술·美현지 캐파·대중 견제 반사이익 중요할 듯
업계 한파 속 글로벌 협업 활발…"내년 격차 확대 본격화"


(서울=연합뉴스) 홍규빈 기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글로벌 자동차 산업이 과점 구도로 재편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기존의 완성차 기업은 하이브리드차(HEV) 기술력, 미국 현지 생산능력, 대중국 제재 반사이익을 기준으로 적자생존을 거칠 전망이다.
글로벌 무역 파고를 성공적으로 극복하는 소수 기업은 탈락 업체들의 시장 지분을 차지하는 동시에 과거보다 경쟁이 줄어든 과점 구도를 누릴 수 있다.
한국 현대차그룹을 비롯해 일본 도요타,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승자 기업의 후보로 지목된다. 전기차에서는 테슬라, 비야디(BYD)가 꼽힌다.

먼저 전기차(EV) 전환의 교두보 역할을 하는 HEV 생산 능력 여부가 글로벌 시장 생존에 관건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전망이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 최대 7천500달러(약 1천만원)의 전기차 세액공제(보조금)를 없앨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HEV는 대체재로 더욱 주목받는다.
이 점에서는 도요타와 현대차그룹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SK증권이 인용한 전문 조사기관 마크라인즈에 따르면 도요타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HEV 248만8천407대를 판매해 점유율 1위(35%)를 차지했다.
6위 현대차는 34만6천723대(5%), 7위 기아는 31만2천449대(4%)를 팔았다.
현대차는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을 비롯한 시장 상황을 돌파할 카드 중 하나로 HEV를 내세우고 있다.
차기 대표이사인 호세 무뇨스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최근 인터뷰에서 "전동화는 장기적으로 가야 하는 길이지만, 그 과정에서 유연하게 조정할 준비가 돼 있다"며 "HEV,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주행 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심지어 수소전기차까지도 생산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보편 관세(10∼20%)를 피하게 해주는 미국 현지 생산능력이다.
미국 브랜드인 GM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지난해 GM의 미국 판매는 260만대로 그 중 현지 생산은 200만대 안팎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완공을 앞둔 현대차그룹으로선 다른 외국 국적 브랜드에 비해 유리한 측면이 있다.
지난달 전기차 생산을 시작한 HMGMA는 내년 1분기 완공돼 하반기부터 HEV도 생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 13일 산업분석에서 "보편관세 10%를 적용하면 현대차·기아 합산 기준 영업이익률(OPM)이 약 2.3% 포인트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메타플랜트 캐파 증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과 기아 조지아 공장 증산을 고려하면 감익 영향은 장기적으로 1% 포인트 이내로 축소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메타플랜트 캐파를 60만대까지 늘리고 앨라배마, 조지아 공장이 4만대씩 증산할 수 있다고 가정하면 보편관세를 적용받는 물량이 기존 115만대에서 47만대로 줄어든다는 계산이다.

세 번째는 미국의 대(對)중국 견제에서 오는 반사이익을 얼마나 누리느냐다.
특히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 BYD가 중국 내수 판매와 가격 우위를 발판 삼아 세계 곳곳으로 진출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무역장벽은 일부 기업들로선 한숨을 돌리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비야디는 올해 3분기 매출액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24% 증가한 약 2천10억위안(약 39조원)으로 테슬라(252억달러·약 35조원)를 분기 매출에서 처음 제쳤다.
김경유 산업연구원 박사는 "미국의 견제로 중국 업체가 위축될 텐데 친환경차, 자율주행차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조정을 거쳐 만들어진 과점 구도에선 각자도생보다는 영리한 협업을 통한 시너지 창출이 긴요할 전망이다.
미래 모빌리티의 경우 연구개발(R&D), 생산공장 건설, 인프라 구축 등에 막대한 자금이 동원되는데 글로벌 협업을 통해 '윈윈'을 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도요타자동차그룹과 한 달간 2차례의 수장 회동을 통해 수소 협력 의지를 다졌고, 지난 9월 GM과는 승용·상용차 공동 개발·생산을 포함해 포괄적인 업무협약을 맺었다.
도요타는 BMW와 2013년부터 연료전지 구동 시스템 분야에서 협력해왔고 지난 9월에는 미래 모빌리티 제휴를 맺었다.
이러한 글로벌 협업 확대는 최근 폭스바겐, 닛산자동차, 스텔란티스 등 업계의 잇따른 구조조정 소식으로 촉진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NH투자증권은 "소위 '벼랑 끝 협력'의 확대는 향후 글로벌 경쟁 구도 재편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며 "내년에 협업계획이 점진적으로 구체화해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 과정에서 브랜드 간 경쟁력 격차 확대는 본격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bing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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