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즈볼라 '가자 연계' 철회, ICC '네타냐후 영장' 발부 후 급물살
교전 13개월만, 지상전 2개월만…이스라엘, 26일 내각회의서 결론
이스라엘 '유사시 군사행동의 자유' 합의문에 포함 여부도 관건
(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레바논 남부에서 지상전을 벌이고 있는 이스라엘과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곧 휴전 합의에 도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25일(현지시간) 제기됐다.
실제 협상이 타결되면 내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정권을 넘길 조 바이든 행정부의 사실상 마지막 외교적 성과로 기록될 수 있지만, 이스라엘이 국내 여론에 따라 막판 방향을 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날 칸, 하레츠, 와이넷 등 이스라엘 언론은 미국이 제시한 휴전안에 이스라엘이 큰 틀에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도 한 미국 고위 당국자가 "합의가 이뤄졌다고 생각한다"라고 발언했다고 전했다.
이어 "36시간 내로 휴전 합의 발표가 이뤄질 것"이라는 레바논 의회 관계자 발언이 보도됐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6일 오후 휴전안 최종 승인 여부를 결정할 안보내각 회의를 소집했다는 소식도 전해지며 상황은 긴박하게 돌아갔다.
협상 초안에는 휴전 초반 과도기 60일간 이스라엘군이 레바논에서 철수함과 동시에 헤즈볼라는 레바논 남부의 리타니강 북쪽으로 병력을 물리고, 레바논 정부군이 국경지대로 배치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브리핑에서 "우리는 가까운 지점까지 왔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아직 (휴전 합의에) 도달하지는 않았다"라고 언급했다. 조심스러운 태도로 휴전 논의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음을 시사한 셈이다.
휴전이 성사되면 작년 10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기습당하고 헤즈볼라와 교전을 시작한 지 13개월 만에 포성이 멎게 된다.
이스라엘군이 지난 9월 헤즈볼라를 겨눈 '북쪽의 화살' 작전 개시를 선포하고 레바논 남부에서 18년 만의 지상전에 돌입한 것부터 따지면 약 2달 만이다.
헤즈볼라는 한동안 가자지구 전쟁이 끝날 때까지 휴전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조직 수장이던 하산 나스랄라가 이스라엘군 표적 공습에 살해된 뒤 이런 조건을 철회하면서 논의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선 상황이다.
이스라엘도 레바논에 한정된 휴전은 부담이 다소 덜하다. 극우 정파가 포함된 연립정부 지지를 유지하려면 가자를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당장 전쟁을 멈추기 힘들다는 점에서다.
다만 '맹방'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갖은 압박에도 강경하게 전쟁을 치러온 이스라엘이 갑작스럽게 레바논 휴전을 검토한 배경을 두고 의문이 제기된다.
일단 지난 21일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전쟁범죄 혐의로 네타냐후 총리 등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이 일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한 이스라엘 관리를 인용해 네타냐후 총리를 향한 미국의 물밑 압박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 관리는 "네타냐후 총리는 바이든 행정부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로 이스라엘을 처벌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휴전을 지지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휴전 합의문에 자위권 행사를 위한 군사작전 여지를 남겨두고자 하고 있어 이 부분이 막판 쟁점이 될 수 있다.
앞서 기드온 사르 외무장관은 "(휴전 합의 사항의) 위반이 있을 경우에 대비해 '행동의 자유'를 유지해야 한다"라고 말했고, 이에 헤즈볼라 수장 나임 카셈은 "이스라엘 적이 원할 때마다 (레바논 영토에) 들어와서는 안 된다"라며 "침략의 완전하고 포괄적인 종식과 레바논 주권 보존"을 요구한 바 있다.
이스라엘 국내 여론도 관건이다.
이날 휴전 합의가 임박한 것으로 보도되자 레바논과 국경을 맞댄 이스라엘 북부와 연정 내에서 강한 반발이 감지된다고 와이넷이 전했다.
키르야트시모나 시장 아비하이 스턴은 네타냐후 내각을 향해 "어째서 완전한 승리에서 완전한 항복으로 가려고 하나"라며 "헤즈볼라를 무너뜨리고도 이를 완전히 해체하는 대신 회복할 기회를 주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극우파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휴전 논의를 가리켜 "헤즈볼라를 제거할 역사적일 기회를 놓치는 것"이라며 "심각한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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