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반이민 성향의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25일(현지시간) 이민자들을 성폭력범으로 낙인찍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멜로니 총리는 이날 공개된 여성 잡지 '돈나 모데르나'(이탈리아어로 현대 여성이라는 뜻)와 인터뷰에서 "이제 나는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불리겠지만 불행히도 성폭력 사건의 경우 이민자들, 특히 불법 이민자들에 의해 더 많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불법적으로 도착해 아무것도 가진 게 없으면 어떤 짓이든 저지를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현상은 '타락'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성 성폭력 사건을 줄이기 위해 경찰 인력을 늘리고 처우를 개선하고 있다며 정부가 불법 이민 문제와 싸우는 것도 여성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멜로니 총리의 이러한 발언은 이민자들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강화하고 이탈리아 사회 내 반이민 정서와 결합해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그는 조기 총선을 한 달여 앞둔 2022년 8월 아프리카 이민자가 백인 여성을 성폭행하는 동영상을 피해자의 동의 없이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올려 큰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반이민 정서를 자극하기 위해 피해자의 아픔을 활용했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이를 옹호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중해를 사이에 두고 아프리카와 마주해 유럽의 관문 국가로 불리는 이탈리아에선 밀려드는 아프리카·중동 출신 이민자들에 대한 반발 정서가 강한 편이다.
멜로니 총리는 아프리카 해안을 봉쇄해서라도 불법 이민 유입을 차단하겠다고 공약을 앞세워 국민들의 반이민 정서를 파고들었고, 그해 9월 총선에서 승리하며 이탈리아 사상 첫 여성 총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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