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D, 현지 부지 물색…멕시코 측, 인센티브 철회 등 소극적으로 돌아서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을 계기로 멕시코가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의 공장을 유치할지 말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200% 이상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의 경고를 무시하려니 후폭풍이 두렵고, 그렇다고 판매 대수가 곧 테슬라를 추월할 BYD를 문전박대하기도 꺼려진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BYD의 멕시코 공장 건립 추진 계획이 트럼프 당선인의 통상정책을 시험하고 멕시코 정부가 트럼프와 충돌을 각오하는지 여부를 점검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26일 분석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BYD는 멕시코 북부 혹은 중부의 자동차산업 단지 근처에 전기차 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작년 말에 세우고 부지를 물색 중이었다.
후보지를 관할하는 멕시코 주정부들과 환경규제·수출입 인허가 등을 담당하는 연방정부 관계자들과도 협의해왔다.
몇 년 전이라면 멕시코는 당연히 세금 감면과 수도·전력요금 혜택 등을 줘가면서 BYD 공장 유치를 반겼을 것이었다. 고용 창출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할 경우 트럼프의 심기가 크게 불편해질 소지가 크다는 점을 멕시코 정부 관계자들은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선거운동 때부터 관세폭탄을 예고해온 데 이어 펜타닐 마약 밀수와 불법 이민자 문제 등을 들어 이날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수입되는 모든 상품들에 관세 25%를 매기는 행정명령에 취임 첫날 서명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특히 트럼프는 지난 9월 하순 중서부 지역 유세에서 "만약 중국 자동차업체가 멕시코에 차린 공장에서 차를 생산해 미국으로 들여오겠다고 한다면 200% 이상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
작년 기준으로 멕시코의 수출액에서 대미(對美)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83%로, 압도적으로 높다.
미국, 멕시코, 캐나다 등 북아메리카 3국은 1992년말부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으로 단일 경제블록을 형성했으며, 트럼프 1기 때인 2018년에 이를 개정해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을 체결했다.
내년에는 USMCA 연장 협상이 시작될 예정이다.
멕시코가 중국 상품이 미국으로 들어오는 '백도어'가 되는 것을 트럼프 주변 무역분쟁 강경론자들은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특히나 미국 자동차업계가 1970년대 도요타·혼다·닛산 등 일본 기업들에 이어 1990년대 현대·기아 등 한국 기업들의 진출로 경쟁에서 밀린 경험이 있다 보니 중국 자동차 기업이 미국 시장에 어떤 방식으로든 상륙하는 것을 저지해야 한다는 보호무역주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WSJ는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멕시코가 BYD 공장을 섣불리 유치했을 경우 미국에 차를 팔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트럼프의 분노까지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다.
BYD는 미국에 자사 자동차를 판매하고 싶다는 야심을 오래전부터 품어왔으나, 최근 이런 구상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 전기차를 미국으로 수출하는 것은 가격 경쟁력이 없다. 이미 올해부터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산 전기차 수입에 100%의 고율 관세를 매기고 있다.
그렇다고 BYD가 일본 도요타나 한국 현대자동차처럼 미국에 자동차공장을 설립하는 것도 현재 미국에 팽배한 반중감정을 감안하면 어려운 일이다.
BYD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부 랭커스터에 10년 전 북미 최대 규모의 전기버스 공장을 세워 운영 중이고 연간 생산 가능 물량이 1천500대에 달하지만,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것이 아니어서 정치적으로 그다지 예민하지는 않은 사안이다.
WSJ에 따르면 지금 상황에서 BYD는 멕시코에 공장을 건립하되 여기서 만든 전기차를 일단 멕시코와 라틴아메리카 시장에 판매하면서 정치 상황이 바뀌어 대미(對美) 수출이 가능해질 때를 노리겠다는 생각을 품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이런 BYD의 전략조차 확실치 않게 됐다는 것이 WSJ의 관측이다.
일부 멕시코 주들은 당초 BYD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제안했던 지방세 또는 수도요금 감면 혜택 등을 줄이거나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멕시코 연방정부는 시기가 좋지 않고 트럼프를 자극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소극적 태도로 돌아섰다.
solat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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