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해군기지 있는 인도양 군도…"트럼프측, 모리셔스 中 영향 우려로 반대"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영국이 발표한 차고스 제도 주권 이양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측과 모리셔스 신임 총리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 위기에 있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 등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국무장관으로 내정한 마코 루비오는 지난달 영국과 모리셔스의 합의에 대해 "중국 공산당이 우리 해군 지원 시설에 대한 귀중한 정보를 얻을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비판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루비오 내정자는 "이는 인도양에서 우리 국가 안보상 이익에 심각한 위협을 제기하며 이 지역 내 미군의 중대한 군사적 입지를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초 영국은 모리셔스에 차고스 제도의 주권을 이양하고 제도 내 디에고 가르시아에 있는 영국과 미국의 합동 군사기지에 대한 권리는 영국이 행사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영국 식민 지배 시절 모리셔스에서 분리된 차고스 제도는 1968년 모리셔스의 독립 이후에도 영국령으로 남았으나 모리셔스와 국제사회는 지속해서 반환을 요구했다.
차고스 제도 내 디에고 가르시아에 있는 미 해군 기지는 동아프리카와 중동, 남아시아를 아우르는 미국 안보 작전의 중요한 기지로 여겨진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영국과 모리셔스의 협상을 중재하고 합의 발표 이후에도 적극적으로 환영했지만, 트럼프 측에서 모리셔스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이유로 안보 위협을 제기하고 나섰다.
일간 인디펜던트는 트럼프 정권 인수위원회가 미 국방부에 차고스 제도 합의에 대한 법률 조언을 요청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그간 영국에서도 제1야당 보수당 강경파와 극우 성향 영국개혁당이 차고스 제도를 모리셔스에 내주는 합의가 국익을 저버린 것이라며 비판해 왔다.
영국 내 대표적 친트럼프 인사인 나이절 패라지 영국개혁당 대표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차고스 제도 합의를 미국에 대한 "공개적 적대감"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모리셔스에서도 정권 교체로 이달 13일 취임한 나빈 람굴람 신임 총리가 총선 직전에 전임 정권이 성사시킨 차고스 제도 합의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총리실 안보 수장인 조너선 파월 국가안보보좌관을 급파했다.
파월 안보보좌관은 모리셔스를 찾아 람굴람 총리를 만난 데 이어 미국을 방문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파월 보좌관과 만난 이후 람굴람 총리는 총선 한 달 전 합의가 이뤄진 데 놀랐다면서 "그들(영국 측)에게 법률 고문들과 세부 사항을 검토할 시간을 더 갖고 싶다는 점을 알렸다"고 BBC 방송에 말했다.
파월 보좌관은 현재 워싱턴에 머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1월 취임하기 전 설득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외무부 대변인은 차고스 제도 합의가 모리셔스와 영국 모두에 이익이고 미국과 인도의 환영을 받은 것이라면서 새 모리셔스 정부와 조약을 통해 합의를 마무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BBC에 말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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