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알라룸푸르시 "말레이어 표기, 외국어보다 커야"…중국어 간판이 타깃
(방콕=연합뉴스) 강종훈 특파원 =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시가 외국어 간판 규제를 강화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중국어 간판 사용을 겨냥한 조치로 해석되는 가운데 민족 갈등, 관광 수입 감소 우려도 나오고 있다.
28일 스트레이츠타임스와 현지 매체에 따르면 쿠알라룸푸르시는 모든 광고에 말레이시아어를 다른 언어보다 더 큰 글자로 표시하도록 하는 조례를 시행하고 지난 21일 단속을 실시했다.
쿠알라룸푸르시는 등록된 브랜드 외 간판 글자는 자국어가 더 커야 한다며 업주들에게 말레이시아어 사용을 우선시하라고 촉구했다.
마하티르 모하맛 전 말레이시아 총리가 지난 18일 쿠알라룸푸르 쇼핑센터를 방문한 뒤 "중국에 있는 줄 알았다"며 간판에 말레이시아어 대신 중국어가 가득하다고 비판하면서 논란에 불을 불였다.
쿠알라룸푸르시는 이번 조치가 중국어 간판만을 겨냥한 조치는 아니며, 마하티르 전 총리 발언과도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쿠알라룸푸르시의 간판 규제 강화에 중국계와 관광업계 등은 반발하고 있다.
띠옹 킹 씽 관광부 장관은 24일 "쿠알라룸푸르시의 결정은 관광객들에게 말레이시아의 개방성과 포용성에 대한 의문을 품게 한다"며 "일부 외국인은 말레이시아가 인종차별주의거나 종교적으로 극단적인지 내게 묻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인종과 종교 문제가 경제 성장을 저해할 수 있고 국제적 신뢰와 협력을 약화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쿠알라룸푸르 중식당협회는 이번 조치로 중국 식당 1만5천여 곳이 영향을 받았다며 문화 다양성과 경제 발전에 대한 기여를 고려해달라고 촉구했다.
반면에 말레이시아 민족주의자들은 자국어 우선 정책을 지지하고 있어 민족 간 갈등 요인으로까지 부각되고 있다.
말레이계 야당인 국민연합(PN) 측은 띠옹 장관을 비난하며 말레이시아어를 폄하하고 인종·종교 감정을 자극한 그를 해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말레이시아는 다수인 말레이계 외에 중국계, 인도계 등이 존재하는 다민족·다종교 사회다. 1969년 말레이계와 중국계 간 갈등으로 유혈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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